사회 사회일반

선구안이 타격 좌우…0.2초내 공 구질 파악 스윙여부 결정해야

[스포츠과학은 살아있다] <4> 야구<br>선수들 동체시력 일반인의 2배 움직이는 볼 보는 집중력 뛰어나<br>공 중앙 1cm 아랫부분 때려 탄도 35도때 홈런 확률 높아<br>도루 이론상 불가능하지만 리드 폭·타이밍이 성공 결정


야구는 타이밍의 경기다. 타이밍에 따라 홈런과 아웃, 안타와 병살, 허슬플레이와 본헤드플레이가 구분된다. 특히 타자는 투수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숙명적인 머리싸움을 벌인다. 찰나의 순간에 직구ㆍ커브ㆍ슬라이더ㆍ포크볼 등 구질을 가려내고 정확한 스윙타이밍을 잡는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또한 원하는 공이 오면 파워 실린 타격으로 공을 최대한 멀리 보내야 하며 주자가 돼서는 득점확률을 높이기 위해 도루 타이밍을 잡아 전력으로 베이스를 훔쳐야 한다. 결국 야구는 타이밍으로 시작해 타이밍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 선구안은 동체시력과 정비례= 투수가 던진 시속 135㎞ 이상의 공이 홈 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시간은 약 0.4초. 눈을 한번 깜빡이기도 힘든 시간이다. 그나마 타자에게는 이 순간마저 온전히 구질분석에 쓸 수 없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을 본 직후 0.175~0.2초에 스윙 예비동작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타자에게는 0.2초 남짓한 시간만 남아 있다. 이 순간 타자는 날아오는 공의 궤적을 보고 구질을 판단해 스윙을 조정해야 한다.


도대체 타자는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구질ㆍ구속ㆍ궤적을 판단해 최적의 스윙타이밍을 잡는 것일까. 그 비밀은 바로 선구안에 숨어 있다.

선구안은 날아오는 공의 구질을 파악해 타격 여부를 결정하는 능력이다. 선구안이 좋아야 타격 타이밍이 좋아지며 그만큼 안타도 많이 칠 수 있다.

이러한 선구안은 동체시력에 좌우된다. 최규정 체육과학연구원(KISS) 스포츠과학연구실장은 "공을 잘 고르려면 타격하는 순간까지 날아오는 공에서 시선을 떼지 말아야 한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시력 자체가 좋아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움직이는 공을 집중력 있게 보는 동체시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타자 이승엽(요미우리) 선수는 10여년 전 삼성스포츠과학지원실이 실시한 동체시력 테스트에서 0.1초 후 사라지는 숫자를 6자리까지 정확히 읽어냈다. 측정 선수 중 최상위권이며 일반인들의 평균 3자리와 비교해 2배 많은 수치다.

양안 시력이 모두 2.0인 것으로 유명한 양준혁(삼성) 선수 역시 7년 전 실험에서 이승엽 선수와 함께 A급 동체시력 소유자로 확인됐다. 그가 홈런(351개), 안타(2,318개), 2루타(458개), 타점(1,389개), 사사구(1,380개) 등 선구안과 타격의 정확성을 상징하는 모든 지표에서 개인통산 최고 기록 보유자가 될 수 있었던 근원에는 남다른 동체시력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 실장은 "동체시력에 더해 날아오는 공의 주변공간까지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주변시력이 겸비되면 선구안에 있어 더할 나위가 없다"며 "측정해보지는 못했지만 이승엽ㆍ양준혁 선수는 주변시력 또한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 탄도 35도, 2,000rpm 역회전 줘야 홈런= 선구안을 바탕으로 정확한 타이밍에 타격을 하려면 사실상 눈과 두뇌ㆍ몸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배트의 스윙 시간을 감안할 때 타자는 구질을 파악한 뒤 0.025~0.05초 내에 뇌가 시신경에서 전달받은 신호에 근거해 근육에 명령을 내려 스윙이 시작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안타는커녕 공을 맞히기도 어렵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대개 투수가 공을 던진 후 0.25~0.3초 만에 배트를 휘두른다.

이때 남들보다 스윙 속도가 빠르면 훨씬 유리하다. 더 오랜 시간 구질을 확인할 시간을 벌어 타격 타이밍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것. 이에 타자들은 온몸을 뒤쪽으로 비틀었다가 앞으로 회전하며 어깨와 허리의 힘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방식으로 스윙속도를 극대화한다.

송주호 KISS 스포츠과학연구실 선임연구원은 "허리와 어깨를 동시에 사용하면 스윙 속도가 빨라져 타격 타이밍에 맞춰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스윙 속도는 민첩성, 스윙 자세 등에 따라 타자마다 다르다. 그에 따른 장단점도 제 각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선수들은 상황에 맞춰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배트를 선택해 사용한다. 최 실장은 "예를 들어 롯데의 이대호 선수처럼 큰 체구의 홈런타자들은 힘이 좋은 대신 스윙 속도가 느린 경우가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강속구 투수가 나오면 평상시보다 다소 가벼운 배트를 사용해 스윙 속도를 높인다"고 밝혔다.

한편 홈런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조건은 타격 후 공이 지면과 35도 탄도로 초속 47m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야 하며 볼에 2,000rpm(초당 33.3회)의 역회전이 걸렸을 때다. 따라서 홈런을 치려면 야구공 중앙에서 1㎝ 아래를 배트의 스위트스폿에 맞추는 것이 최적이다.

◇ 도루 성공은 이론상 불가능의 영역= 타자가 안타를 치거나 사사구로 출루한 후에는 주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투수와 타이밍 싸움을 벌인다. 다름 아닌 도루를 하기 위함이다.

도루의 성패가 갈리는 것은 3.3~3.5초.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 미트로 들어갈 때까지 약 1.2초, 포수가 2루로 송구하는 시간이 약 2초, 그리고 송구한 공을 받은 2루수 혹은 유격수가 주자를 태그하는 데 0.2~0.3초가 소요된다. 결국 이보다 더 빨리 베이스를 훔쳐야 대도(大盜)의 명성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100m를 11초에 달리는 선수가 1루에서 2루까지 27.4m를 뛰는 데 약 3.13초가 걸린다는 것. 예비동작을 포함하면 그 시간은 3.6초 이상이 된다. 축구에서 페널티킥을 막아야 하는 골키퍼처럼 주자의 도루 성공률도 이론상 제로인 셈이다.


하지만 주자에게는 이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줄 묘책이 있다. 2루 쪽으로 미리 2~3m가량 다가서 있는 리드가 그것이다. 리드 폭 90㎝마다 약 0.1초의 시간단축 효과가 있어 3m를 리드한다면 0.32초 정도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프로야구에서 도루 성공률이 평균 60% 이상 유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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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실장은 "다만 1루 견제 때 빠른 좌완투수를 상대할 경우 평상시보다 리드 폭을 줄여야 해 도루 성공률이 약 5% 이상 하락한다"며 "반대로 좌완은 3루 도루 저지능력에서 우완보다 뒤처진다"고 말했다.

도루 타이밍은 투수의 투구자세에 맞춰 포착하는 게 상례다. 이론적으로는 투구시 최선행 동작인 어깨를 보고 뛰면 확률을 높일 수 있으며 현역 선수들은 발뒤꿈치ㆍ무릎 등의 움직임을 기준 삼아 타이밍을 잡기도 한다. 송 선임연구원은 "일반적 생각과 달리 실전에서는 주력보다 투구자세를 읽고 순간적 타이밍 포착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도루를 더 잘한다"며 "투수가 느린 변화구를 던지는 타이밍을 잡으면 성공률을 한층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홈런의 이상적 조건

볼의 탄도 : 35도

볼 스피드 : 초속 47m 이상

볼 역회전 : 2,000rpm

볼 타격점 : 중앙 1㎝ 하단





무거워질수록 스윙속도 느려져 별도로 규격화할 필요성 없어

■ 야구 배트는 무게 제한이 없다?

세계 각국의 야구위원회는 야구경기의 정의, 시설, 공, 배트, 글러브 등 제반 경기규칙을 정해놓고 있다. 이 규칙들은 거의 유사하거나 동일하다. 배트에 관련된 규격은 재질ㆍ형태ㆍ직경ㆍ길이ㆍ색상 등에 관한 것이다.

우선 배트는 겉면(결)이 고른 하나의 나무로만 만들어야 한다. 다른 나무를 접합시켜 제작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형태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전체가 둥근 형이다. 직경은 7㎝(2.75인치) 이하여야 하며 길이는 106.8㎝(42인치)가 상한선이다. 그리고 배트의 색상은 담황색ㆍ다갈색ㆍ검정색 가운데 하나여야 한다.

배트 무게를 조정하기 위해 배트의 앞부분인 선단(先端)을 도려낸 커프트배트의 경우 깊이 2.5㎝ 이하, 지름 2.5~5.1㎝ 내에서만 선단을 제거하도록 정해져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배트에 관한 다양한 규정 가운데 배트 무게에 대한 별도의 규격은 전혀 없다는 게 그것이다.

배트 무게는 타격시 야구공 비거리와 직결되는 요소이며 홈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배트의 운동량을 알면 수긍이 된다.

실제로 배트의 운동량은 배트의 질량과 스윙 속도의 곱으로 얻어진다. 배트 무게가 무거울수록, 스윙 속도가 빠를수록 비거리가 늘어나는 것.

그런데 무조건 무거운 배트를 쓴다고 해서 장타를 날리지는 못한다. 무거운 배트를 쓰면 그만큼 스윙 속도가 느려져 최종 운동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거운 배트는 일종의 '양날의 칼'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배트 무게를 굳이 규격화하지 않은 이유다.

결국 좋은 타격을 하려면 중량감 있는 배트보다는 자신의 체력 특성에 맞는 적절한 무게의 배트를 선택해야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최적의 배트 중량을 찾기 위해 지난 1920년대부터 반복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하니 그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최근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기록을 달성한 롯데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 역시 이를 위해 투수의 주력 구종이 강속구인지, 변화구인지에 따라 930~950g에서 배트의 중량을 바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_최규정 체육과학연구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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