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무분별 개발 부메랑… '복합 자산디플레' 우려

■ 부동산시장 '빈 사무실 대란' 오나<br>금융위기이전 시장호황기 수요 고려않고 대거 공급<br>공실 증가속 임대료도 뚝 건물 자산가치 하락 불보듯



오피스빌딩이 빼곡히 들어찬 서울 도심 전경. 3~4년 전 빌딩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 속에 착공된 대형 오피스빌딩이 속속 준공되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시장의 새로운 암초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형 오피스빌딩 시장의 공급 과잉 사태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불러온 결과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6~2008년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일 때 수요를 고려치 않고 대규모 개발에 나섰다가 시장 침체와 맞물려 물량부담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가뜩이나 집값하락과 거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암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칫 경기 회복이 더뎌질 경우 아파트와 오피스빌딩 가격이 동반 추락하는 복합 자산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 5년간 수도권에 대형오피스 공급 폭탄= 서울에서는 2010년부터 2016년 사이 준공되는 연면적 10만㎡ 이상 초대형 오피스 빌딩만 20개에 달한다. 도심재개발 등을 통해 공급되는 연면적 3만~5만㎡ 20층 규모의 빌딩까지 포함하면 40여 개의 신축 빌딩이 2016년까지 차례로 지어질 전망이다.

지역을 확대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인천 송도, 성남 판교 등 서울 외 수도권 지역에서도 서울 못지 않은 엄청난 물량의 오피스빌딩이 들어선다. 2016년 완공예정인 인천 송도의 동북아트레이드타워 등 12개, 500만㎡의 초대형 업무용빌딩이 단계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도권 일대 대형 복합개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장호황기의 지나친 낙관주의가 원인= 준공을 앞둔 대규모 오피스빌딩은 대부분 시장 호황기에 개발이 이뤄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당시만 해도 서울 대형 오피스 공실률은 1% 수준에 불과했다. 외환위기 이후 주택 시장 과열로 오피스 부지에 주상복합 아파트 및 오피스텔 등 주거 시설을 짓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오피스 부족 현상이 나타나 임대료가 빠르게 올랐다.

관련기사



지난 2007년 모건스탠리가 서울역 앞 대우센터빌딩을 오피스빌딩 사상 최고가인 3.3㎡당 2,400만원에 사들인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중반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2008년 2ㆍ4분기 대형오피스 공실률은 ▦도심 0.7% ▦강남 1.1% ▦여의도 0.3%를 기록했지만 불과 2년 후인 지난 6월 ▦도심 5.4% ▦강남 4.4% ▦여의도 1.8%로 늘었다. 공실 없는 빌딩의 비율을 말하는 완전 임대 비율 역시 2008년 6월 65.5%를 기록했지만 2년 후인 지난 6월 44%로 2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오피스 시장 임차 수요의 70~80%의 이상을 차지했던 보험ㆍ은행 등이 지점을 잇따라 축소하면서 생긴 공실 면적만 해도 약 64만㎡에 달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경쟁도 한몫 했다. 외국기업유치를 위해 오피스빌딩을 포함한 대규모 복합개발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공급 과잉을 더욱 부추겼다.

한국신용평가의 강신영 수석애널리스트는 "수도권 곳곳에서 공급이 많아져 앞으로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예전 같은 1% 수준의 낮은 공실률을 보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권이나 대기업 오피스가 프라임급 빌딩에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면 노후 중소형 빌딩은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빌딩 자산디플레 우려 커져= 대형 오피스 공급이 잇따르면서 오피스 실질 수익률은 감소 추세다. 임대 시장에 매물이 넘쳐나는데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임차인을 모집하고 있는 신규 빌딩들로 인해 기존 빌딩들의 재계약이 어려워지고 공실률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빈 사무실을 채우는 과정에서 임대료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경쟁 관계인 주변 기존 오피스빌딩의 수익성까지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부동산연구원의 양승철 연구조정실장은 "최근 경제 상황에서는 대규모 고용 등 오피스 수요를 늘릴 수 있는 요인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과잉 공급 현상이 지속되는 한 임대료 하락을 시작으로 매각가, 즉 건물의 자산가치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