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당연' 속으론 '부담'
재계 난감한 반응…"세율 50% 너무 높아 개선 필요"
이규진기자 sky@sed.co.kr
재계는 신세계의 지분 증여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부과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인 만큼 정당한 행동"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경영승계를 위해 천문학적인 증여세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다며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세계의 증여는 지난 5월에 밝혔듯 법에 따라 증여세를 내는 절차인 만큼 정당한 증여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을 해온 삼성으로서는 현시점에서 세금을 내고 증여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그러나 신세계와 달리 증여세를 내는 데 힘겨운 기업들이 존재하는 상황을 지적, "현행 세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세율구조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법과 원칙에서 따라 증여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히면서도 "그러나 지금의 증여세율 구조가 자칫 경영권을 위협할 뿐더러 경영의욕마저 꺾을 수 있다"고 지적, 세법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재계가 겉으로는 환영하면서도 내심 껄끄러워하는 것은 현행 세법상 상속재산의 50%를 세금으로 내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 지분이 평균 10%도 안 되는 상황에서 상속ㆍ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면 경영권 유지가 힘들다"며 "적대적 M&A 공격을 막기에도 벅찬데 증여세를 낼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한 기업들이 많다"고 애로를 호소했다.
이에 따라 이번 신세계의 증여를 계기로 상속ㆍ증여세를 본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승철 경제조사본부장은 "이번 기회에 세율구조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합리적인 개선책이 나온다면 선례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입력시간 : 2006/09/07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