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자격시험 '우먼파워' 바람
전문자격증 시험에서 여성들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근 3~5년간 세무사, 관세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자격사 시험을 통과한 합격자 중에서 여성들의 비중이 급증한 것은 '우먼파워'의 현주소를 말해 준다.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진출이나 취업 등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실과 상당한 괴리감이 있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여성들의 고용확대를 위해 최근 몇 년간 공기업에서 도입했던 '여성고용인센티브제' 역시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인사담당 관계자들의 상당수가 "같은 조건이라면 남성을 선발하겠다"는 분위기가 변화되지 않는 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세무사, 관세사, 회계사 등 전문자격사 시험에서 여성들의 합격비중이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절대 비중으로 봐서 아직 남성보다 뒤지지만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지난 달 발표한 관세사 시험의 경우 74명의 합격자 중 여성이 11명(15%)이나 차지하는 것은 이를 잘 대변해 준다. 관세사 시험의 경우 지난 99년에는 60명의 합격자 중 여성은 불과 2명 뿐이었다. 수석도 여성이 차지했으며 최연소 합격자도 올해 22세인 여성에게 돌아갔다.
공인회계사는 96년 356명의 합격자 중 약 10%(36명)를 차지했던 여성이 지난해에는 555명중 86(15%)명으로 올해는 100명은 합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합격자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합격자 규모의 대폭 확대이다. 당국은 매년 전문자격 시험마다 10~20% 정도 정원을 늘려가고 있다. 전관예우 차원에서 일정 경력이상의 공무원에게 자동적으로 자격을 부여했던 관행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이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전문자격사의 질적향상과 서비스개선 및 시장개방을 내세워 일반인들에게 자격취득 시험을 폭 넓게 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수험생들의 양적 증가도 빼놓을 수 없다. 일단 시험에 합격하면 취업이나 개업, 진학 등 자신의 의지대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어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폭 넓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매력이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시험을 준비하는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관세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장인화씨(경희대ㆍ무역학과)는 "최근 도서관에서 전문자격사 시험을 준비하는 여학생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졸업반 중심에서 저학년으로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자격증도 만능은 아니다. 무엇보다 뚜렷한 직업관과 미래를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험별로 합격자 선정기준이 다르고 앞으로 시장개방을 통해 외국계 자본의 진출에 대비해야 한다. 구인업체의 한 관계자는 "합격이 되기까지는 1~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사전에 장단점을 충분히 알아보고 준비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