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미국, 인도 핵개발 돕지 말아야

뉴욕타임스 2월20일자

새롭게 건설되는 빌딩들과 밀려드는 외국인 투자. 인도는 스스로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델리와 뭄바이행 비행기들은 아까운 연료를 낭비하며 착륙 순서를 기다리기 위해 공항 상공을 배회하기 일쑤다. 거리는 자동차들로 넘쳐나서 2차선 도로가 4차선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동차 2,500달러, 항공기 티켓 50달러인 나라에서 자원 낭비가 심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도 정부도 늘어만 가는 에너지 소비에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게 됐다. 인도의 압둘 칼람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독립이 국가 최우선 과제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는 부시 대통령처럼 그런 선언보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노력이 지금 상황에서는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대통령은 에너지 문제가 중요하다고 선언했지만 인도의 신흥 부유층은 천장이 높은 집에서 일년 내내 에어컨을 틀어놓는 데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다음달 인도를 방문해 인도의 에너지 독립 선언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부시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쥐어짜서 에너지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핵에너지 개발을 지원한다는 엉터리 계획을 실행시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대신 인도는 최근 미국의 이란 핵제재에 찬성하는 것으로 보답을 하고 있다. 미국과 인도가 이란 핵개발을 저지하려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그러나 양국이 힘을 합쳐 이란을 UN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대신 미국이 인도에 핵개발을 위한 기술을 상으로 준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인도와 같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비서명국에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도 있는 민감한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미래의 재앙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부시 대통령이 인도를 특별 대우하는 것은 또 이란을 고립시키는 데 동참하라는 제스처이기도 하다. 그러나 NPT 체제를 무시하면서까지 미국이 인도의 핵에너지 개발을 돕겠다고 나섰지만 인도는 이란과 수십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사업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에너지가 필요한 국가에 원유 생산국과의 관계를 단절하길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발상이다. 미국은 오히려 에너지 절약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이라는 오명을 떨치고 이란과 같은 에너지 자원 보유국가들의 영향력을 줄이는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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