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좋은 음악은 살아남게 마련이죠"

KBS 2FM '전영혁의 음악세계' 20주년 DJ 전영혁


“한류다 뭐다 문화의 세계경쟁력이 높아졌다는데 과연 그게 사실일까요? FM라디오에서 음악이 사라지고 음반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오히려 문화후진국으로 퇴보하고 있어요.” FM라디오가 연예인들의 놀이터가 되고 숨이 벅찰 정도로 읊어대는 수많은 스폰서 사은품에 진이 빠지는 요즘, ‘전영혁의 음악세계’(KBS 2FM 매일 오전2시)는 어쩌면 시대의 조류와 한참 동떨어진 프로그램일 지도 모른다. DJ 멘트라고는 짧은 인사말과 곡목 소개밖에 없는 그의 프로그램을 1시간 듣노라면 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좋은 음악을 듣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음악 깨나 듣는다는 애호가들에겐 살아있는 전설이 된, 30대 이상 청취자들은 “아직도 전영혁이 DJ하나”라며 신기해 하는 ‘전영혁의 음악세계’가 오는 4월 29일로 20주년을 맞는다. ‘25시의 데이트’로 86년 시작한 프로그램은 오전 1시조차도 벅차 하며 2, 3시를 전전했고 96~99년 SBS로 둥지를 옮기기도 했다. 그래도 “좋은 음악을 소개하고 싶다”는 디스크자키의 외고집 만큼은 날이 시퍼렇게 살아 남았다. 20년간 한 자리를 지켜왔다는 감격보다도 전영혁은 지난 세월 끝없이 퇴보한 우리 음악계를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컸다. “20년 전 광화문과 명동 일대에는 레코드점과 음악감상실로 가득했고 김민기, 조동진, 하덕규 등 세계에 내놔도 부끄러움이 없는 실력있는 뮤지션들도 숱하게 나왔어요. 경제는 성장했지만 문화는 오히려 30년 전보다 후퇴했어요.” “20년동안 DJ만 하기도 벅찼다”는 그는 FM이 연예인들의 신변잡기 마당으로 전락한 현실을 개탄한다. “TV에서 같은 시간대에 얼굴을 비치던 연예인이 라디오 DJ까지 하고 있어요. 좋은 음악은커녕 써 준 원고도 제대로 못 읽는 이런 DJ들 때문에 FM은 사실상 사라지는 비극을 초래했죠.” 요즘의 음반 불황의 오히려 그가 보기엔 우리 음악계의 희망이다. “TV에서 인기를 누리는 가수들이 음반은 오히려 안 팔려요. 빅마마 같은 음악성 뛰어난 이들 앨범이 더 많이 나간다는 것 자체가 우리 가요계가 가야 할 길이에요.” 오랜 세월 ‘새벽 등대지기’로 심야 시간을 지켜온 그는 “항상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방송이 없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청취자와 방송사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늘 최악의 조건을 이겨내야 했던 그는 “좋은 음악은 어떻게든 살아남는 법”이라는 말로 희망을 이야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