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적 불안감과 균형감각/이세재 현대경제사회연 연구위원(기고)

우리의 현 경제상황은 여러가지 면에서 불안하다. 잇단 대기업 부도와 아시아 각국의 금융위기, 또 그에 따른 국가신인도 하락과 국내 금융불안이 화급한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경기침체보다는 1, 2년 후의 국가경제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문제다. 내년 경기회복의 강도도 약할 것으로 보여서 걱정이지만, 특히 기아사태 이후 소위 저효율구조에 빠진 경쟁력이 향후 얼마나 살아날지 국내외의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혹자는 다분히 자조적으로 내년쯤에 또 엔고가 오면 된다고도 한다.과연 우리의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1997년 IMD 국가경쟁력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한국은 30위로 평가되어 있다. 그렇다면 30위라서 불안하거나 더 떨어질까 불안한 것이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작년 27위에서 30위로 떨어진 현실 자체는 불안의 원천이 아닌 것 같다. 지금의 성장둔화는 단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년도 우리의 성장률은 세계 7위이고 올해 예상되는 5.9% 성장률로도 아마 10위 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우리의 경쟁력이 앞으로 27위에서 많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것도 가능하나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최근 26위에서 32위 사이를 오르내리는데 단기간 내에 급격히 나빠지거나 좋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듯하다. 우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은 27위인데 IMD의 보고서가 대체로 정확하다면 이에 걸맞게 우리의 경쟁력도 대체로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쟁력이 27위 근방에 머물러서는 위험하다는 불안감을 준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데 왜 불안감을 줄까. 첫째로, 인구가 많아서 경제규모는 세계11위이고 대외의존적 성장구조와 세계 경제통합 때문에 항상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우리의 경제적인 이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경쟁시대에 30위 경쟁력으로는 엄청난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가뜩이나 고속성장의 문제가 많은 지경에 시장개방 때문에 선진국 이웃을 따라잡을 시간적 제약이 더 촉박해진 느낌이다. 둘째로, 1인당 GDP분포를 보면 1만5천달러 정도의 스페인이 24위이고 5천달러 정도의 칠레가 30위인데 27위라는 위치는 5천달러 이하의 많은 개도국과 1만5천달러 이상의 24개 선진국의 한가운데다. 즉 5천달러와 1만5천달러 사이에 분포된 다섯 나라인 대만, 그리스, 한국,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의 한가운데인 것이다. 경제적 정체성에서도 과도기적 국면에 처해 있고 선진국 이행의 한가운데서 느끼는 이런 불안은 아마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전향하려는 중에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셋째, 향후 성장력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경제주체들의 수준이 과연 선진국 수준인가가 의심스럽다. 경쟁력의 근본은 사람의 질이고 또 사람을 조직하는 제도의 개선이다. 전후 일본과 독일이 오히려 연합군측보다 빠른 성장을 한 것도 사람의 질만 괜찮으면 원상복구는 시간문제라는 것, 또 패전 후 소위 물갈이나 개혁으로 오히려 효율적인 적응을 할 수 있었음을 추측하게 한다. 넷째, 현정부의 경제정책들이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불안이 있다. 예전보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경제상황에서 원칙과 실천방안을 신중하면서도 확고히 하는 일은 누가 보기에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정부의 무수한 개혁들이 기획과 구호에 그치는데다 혼란을 수습하는데도 리더십이 없는 듯이 보인다. 처음 두가지 불안은 인식의 전환 내지 우리의 주제파악이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세번째와 네번째 불안도 우리의 현재 위치를 바탕으로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 모모세 다타시라는 일본인이 한국경제를 비판한 책이 잘 팔린다는데 이는 좋은 현상이다. 우리의 잘못을 깨닫고 남의 장점을 깨닫는 것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모모세 다타시의 말처럼 일본만 보고 달리다 중국인들에게 포위되지 않도록 하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또 뭐든지 세계최고가 아니면 안되고 일본에 지면 안된다는 사고방식보다는 우리 주제에 맞는 균형된 투자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이 21세기에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의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쏟아부어야 한다는 발상 자체는 교육의 파급효과를 고려하더라도 비교육적이고 불합리한 것이다. 오히려 경쟁력이 40위 밖으로 뒤진 부문, 법제, 의정능력, 환경 등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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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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