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논란을 겪어왔던 농협중앙회 신경(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방안을 얼마 전 농림부가 확정 발표했다. 이 안을 보면 농협법 틀 내에서 농협중앙회를 중앙회ㆍ경제사업ㆍ신용사업 등 3개의 별도법인으로 분리하고, 분리시한은 농협의 경제사업 자립 기반이 확충되고 신용사업 건전성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10년 후로 설정했다.
농협의 신경 분리 문제는 지난 94년 김영삼 정권 때부터 제기돼 현행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독립사업부제를 거치면서 농업계가 분리 여부를 놓고 찬반으로 엇갈려 갈등을 빚어왔는데 이번 농림부의 조치로 논쟁이 매듭지어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경 분리가 언제부터, 어떤 형태로 이뤄지든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수익구조가 뒤바뀌지 않는 한 그에 따른 폐해는 고스란히 농민 조합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점에서 달라질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신경 분리냐, 신경을 분리하면 농민조합원 입장에서 지금보다 좋아질 수 있느냐 등 원초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농림부 안을 보면 일선 농협이 산지 농산물의 60%까지 취급할 수 있도록 7조원을, 농협중앙회가 소비지 농산물의 15%까지 취급할 수 있고 수익률을 4%까지 달성할 수 있도록 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농협중앙회의 계획을 그대로 수용했다. 또 농협중앙회 신경 분리 이후에도 신용사업법인 등으로부터 안정적으로 교육ㆍ지원 사업비가 지원될 수 있도록 농협신용사업 수익금의 법정기부금 인정 등 세제혜택을 부여해달라는 중앙회의 건의도 받아들였다.
이처럼 농협중앙회 안을 그대로 모두 받아들인 것은 농협이 자율적인 민간조직임을 감안할 때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럴 바에야 농정을 총괄하는 농림부가 처음부터 농협중앙회 신경 분리 문제를 농협 자율에 맡겨야 했고 신경 분리가 농업인 실익이 최대한 확보될 수 있는 방안인지를 보다 심층적으로 검토했어야 했다.
경제사업 자립기반과 자본금 확충이 신경 분리의 필요조건이라면 농민조합원의 이익이 담보돼야 함은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농업협동조합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회복하는 일은 다름 아닌 농민조합원과 농협의 몫이다. 농협과 농민조합원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그들에게 맡길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