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企 자금조달 '부익부 빈익빈'

은행들, 실적 좋은 업체엔 대출 경쟁…영세 업체 심사는 대폭 강화


은행들이 올들어 거세게 벌이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경쟁이 자금조달 구조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 초점을 회수가 안정적인 우량 중기에 맞추는 대신 영세 일반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 심사는 오히려 대폭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신용등급과 매출신장률ㆍ이익률 등이 좋은 우량 중소기업들은 은행들로부터 ‘신용ㆍ노마진 대출’ 제의속에 이를 거절하느라 진땀을 빼거나 은행장들의 ‘CEO 초청행사’에서 VIP 대우를 받는 등 높아진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반면 이익률이 떨어지거나 담보여력이 없는 일반 업체들은 은행들의 대출요건 강화 등으로 자금 이용한도가 확 깎이거나 대출회수를 당하는 등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찬 밥’ 신세로 어쩔 수 없이 종전보다 높은 이자율을 부담해서라도 은행 돈을 쓸 수 있으면 다행이고 사채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 강세, 유가ㆍ원자재가 급등,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공세에 더 큰 타격을 받는 영세ㆍ비우량 중소기업들은 구조조정 회오리에 휘말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량 中企 ‘은행대출 골라잡아’= 경기 시화공단의 자동차 조립설비업체 P사는 최근 신용대출을 받으면서 주거래은행을 스스로 바꿨다. 연초 긴급운영자금 5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거래은행을 찾을 예정이었는데 K은행 직원이 어떻게 알고 왔는지 최저금리로 10억원까지 대출해주겠다고 제의해 왔기 때문. P사는 최근 3년간 르노ㆍ벤츠ㆍGM홀덴 등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와 2,900만 달러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매출이 350% 성장했다. 김 모 사장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공급계약을 체결하니 은행 문턱이 낮아진 것 같다”며 “은행에서 대출규모를 더 늘려주겠다고 제안할 정도”라고 자랑스레 밝혔다. 대전의 선박용 엔진부품 생산업체 삼영기계는 지난해말 기업ㆍ산업은행과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90억원을 신용대출받았다. 한금태 대표는 “신용관리를 철저히 해왔고 매출이 2003년 100억원에서 2004년 148억원(당기순익 17억원)으로 증가한 데다 관계사를 통해 현대중공업에 선박용 엔진을 조립ㆍ납품할 예정이어서인지 설비투자자금 마련이 술술 풀렸다”고 말했다. 철판도 뚫는 직결나사로 유명한 안산의 명화금속도 모 은행으로부터 최근 수억원의 신용대출을 받는 등 여러 은행으로부터 ‘러브 콜’을 받고 있다. 소형 이ㆍ미용기구를 생산하는 레카전자는 빠른 성장세로 은행들로부터 좋은 조건의 대출 제의를 여러 차례 받고 있지만 이를 거절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이재일 자금담당 이사는 “지난 2002년 설립 당시만 해도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웠지만 올해 매출 100억원 달성이 예상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자 대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대다수는 은행서 여전히 ‘찬 밥’= 반면 시화공단에서 휴대폰부품을 조립하는 S사는 최근 어쩔 수 없이 주거래은행을 바꿨다. 대출 만기연장을 위해 G은행을 찾았다가 ‘지난해 매출은 늘었지만 적자로 반전된 데다 납품대금 회수기간이 길어 현금흐름이 안좋다’며 대출금 전액상환을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이 모 사장은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하고 주거래은행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며 “창업 초기부터 거래해온 주거래은행이 너무 냉정해 분하기도 했지만 소중한 경험을 한 셈”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남의 한 선박부품업체 관계자도 “은행의 담보심사가 까다롭다는 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요즘은 땅 뿐만 아니라 설비ㆍ사업성 등도 꼼꼼히 체크, 영세업체들은 은행 대출을 생각지도 못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설립된 지 2년 된 인천의 내비게이션 솔루션업체 모바일어플라이언스 관계자는 “담보가 빈약한 신생업체의 경우 적어도 3년 이상 실적이 쌓여야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대출신청을 해봐야 말짱 도루묵”이라며 “다행히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올 1월 중소벤처창업자금을 신청, 2억원의 운영자금을 신용대출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진공이 올해부터 매달 초 신청접수하는 정책자금의 경우 은행 대출심사를 거치지 않는 직접대출비율 확대 방침(2005년 37%→올해 목표 60%)과 맞물리면서 1~2일만에 마감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채를 쓰는 업체도 늘고 있다. 포항에서 선박기자재 부품을 생산하는 D사의 최 모 사장은 “금리가 월 1% 정도로 비싸지만 수금이 안돼 자금난에 몰리면 ‘단골’에겐 신용으로 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를 찾는다”고 말했다. <성장기업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