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고유가 불감증이 문제다

국제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이제 막 회복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경제를 크게 압박하고 있다. 국내 원유 도입량의 80% 가까이를 차지하는 두바이유가 하루 사이에 무려 1.67달러나 오른 배럴당 47.90달러를 기록했다. 이 추세로 가다가는 배럴당 60달러를 넘어 90달러의 초고유가 시대가 올지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제 소극적인 절약대책 등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고(苦)유가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것은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ㆍ인도 등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블랙홀처럼 석유를 빨아들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하루 50만배럴의 증산을 결정했으나 이는 오히려 OPEC의 증산능력이 한계에 달했음을 드러내는 결과를 초래, 유가급등으로 이어졌다. OPEC 외의 산유국 증산능력도 바닥난 상황에서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켜줄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이 같은 고유가 행진 속에, 특히 두바이유는 지난달보다 평균 5달러 이상 급등했는데도 국민이나 정부는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원고(高)가 유가상승분을 상쇄하고 국내 에너지 자원이 LNG 등으로 다원화된데다 반도체ㆍ전자 등 석유의존도가 낮은 지식기반산업이 주력산업으로 경제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유가 충격 흡수효과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에 육박한 상황에서는 크게 기대할 바가 못된다. 유가가 이처럼 치솟고 있는데도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문제다. 정부가 지난 18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유가급등에 대비해 자동차10부제 등 강제적 석유소비억제책을 마련했지만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각종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데다 고유가까지 겹쳐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강도 높은 에너지절약대책과 함께 해외 에너지자원 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135일분까지 확대하기로 한 석유비축시설 건설을 서둘러 추진하는 한편 에너지 자원도 보다 다양화하는 등 공격적인 대책만이 고유가 시대의 높은 파고를 넘을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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