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주의 이슈리포트] 반도체 호황이 다가온다

대우증권 리서치 센터 전병서(全炳瑞) 연구위원올초 10달러대이던 64메가 D램 가격이 최근들어 5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이때문에 98년 반도체가격이 하락하면서 반도체주가 폭락을 경험한 주식투자자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 경기순환산업인 반도체 경기는 분명히 바닥을 찍었고 장기투자자들은 바로 지금이 반도체 주가에 관심을 가져야 할때다. 이번 반도체 가격 하락은 98년과 상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98년 가격폭락은 유동성위기에 몰린 후발업체가 현금확보를 위해 대규모 덤핑공세를 펼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올해 가격하락을 주도한 업체는 미국의 마이크론사. 마이크론은 미국 TI사의 반도체부문을 인수하면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의 반도체업체로 부상했다. 이 회사가 삼성전자와 경쟁할 정도의 생산능력과 뛰어난 다이축소기술을 가지면서 대규모 물량을 시장에 쏟아내며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반도체는 라인당 설비투자가 15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투자규모가 큰 장치산업이기때문에 생산량이 증가하면 원가가 학습곡선을 따라 27~33% 정도 하락한다. 올해 가격하락은 학습곡선효과와 선발업체의 수율향상, 다이축소에 따른 원가하락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후발업체는 적자를 보고 있지만 가격하락에도 불구, 선발업체는 여전히 이익을 내고 있는 점이 지난해와 다르다. 현재 세계 메모리반도체업계는 연속 3년간의 불황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가격에 원가를 맞추지 못한 후발 일본반도체업계는 사업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미국으로부터 덤핑제소를 당한 대만업체는 증산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은 후발사인 LG와 현대가 합병을 해 미국의 마이크론과 TI사의 메모리분야 합병과 같은 길을 밟고 있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이제 1위인 삼성전자, 2위인 일본의 NEC, LG 현대의 합병회사, TI와 합병한 마이크론사 등 4개회사로 시장구도가 굳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초대형업체의 등장은 후발반도체업체의 설비투자를 축소시키거나 퇴출을 가속화해 장기적으로 공급물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역설적으로 64메가 D램가격이 5달러 밑으로 속락하면 선발업체 4사의 시장구도가 더욱 강화할 것이다. 2000년부터 차세대제품인 256메가D램을 만들 생산라인을 구축해야 하는데 라인당 구축비가 25억달러나 된다. 매출규모가 이 정도 되는 회사는 이들 4사 뿐이다. 올해 반도체가격이 원가를 밑돌 경우 후발업체는 연속 2년간 적자로 올해 설비투자는 꿈도 못꾸고 이렇게 되면 2000년엔 공급이 부족해진다. 올해 대규모로 설비투자를 늘린 삼성전자는 떼돈을 벌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 세계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사가 자사의 차세대 고속펜티엄칩에 맞는 램버스D램의 양산을 위해 마이크론 삼성전자 NEC에 직접투자를 하고있다. 앞으로 LG와 현대의 반도체 합병이 완료되면 현대전자에도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고속화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의 기술변화를 고려할때 인텔의 이「램버스 우산」속에 들어간 회사가 2000년대 메모리업계를 지배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현재 23명의 선수가 경쟁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2000년이 지나면 기술과 투자능력때문에 4명의 프로선수만 남고 나머지는 직업전환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디지털 정보가전기기 수요 확대에다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컴퓨터분야의 메모리수요가 급증하면서 2000년 이후 세계시장은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 확실하다. 이 경우 살아남은 자의 축제는 예상보다 훨씬 푸짐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4강에 들어갈 확실한 선수이고 현대전자는 LG반도체와 합병만 순조롭다면 4강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반도체 주식은 대표적인 경기순환주다. 경기확장기에 들어서면 실적호전이 계속되기 때문에 주가상승도 지속된다. 과거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업체 주가를 보면 경기확장기에 바닥에서 4~7배 정도 상승하는 것이 통례다. 올해는 앞으로 3년간 지속도리 경기확장국면의 첫 해다. 반도체가격이 조금 하락했다고 겁먹고 반도체 주식을 팔때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2000년의 큰 그림을 보고 주식을 매집할 때라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