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경제 '꿈틀' 미경제 '시들'

지난 2월말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다른 나라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미국은 그들의 어깨를 밟고 서 있다』고 쓴 적이 있다. 미국 경제는 경제 위기에 처한 나라에서 값싼 수입품을 들여옴으로써 물가 안정 저금리 유지 주가 상승의 이득을 보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아시아·유럽 등의 경제가 살아나면서 미국 경제가 물가 상승 금리 인상 주가 하락의 「3중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며 8년이 넘도록 호황을 구가했던 미국 경제가 역(逆)의 패러독스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사막의 오아시스」임을 자처했던 미국 경제는 세계 경제가 살아나면서 「외로운 고도」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첫번째 증거가 미국의 금리인상 압박이다. 지난해 가을 4%대로 떨어졌던 미국 국채(30년물) 수익율이 최근엔 6%대로 뛰어올랐다. 유가를 비롯,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조짐이 높아지고, 이에 FRB는 지난 6월 한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또다시 연방금리를 올릴 태세다. 로버트 패리 샌프란시스코 FRB 총재는 며칠전 연설에서 『세계 경제 회복은 인플레이션 압력의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 미국 경제의 힘을 상징하는 달러의 하락이다. 세계 경제가 흔들리면서 미국으로 몰려들었던 국제유동성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폴 크루그만 교수는 『무역적자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달러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넌센스』라며 달러 폭락의 위기를 우려했다. 19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한때 1달러당 110엔대로 떨어져 일본 돈에 대해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달러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인플레이션 확대→금리 상승→주가 하락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세계 경제 회복으로 미국은 또다른 압력에 직면해 있다. 지난 2년 동안 미국은 위기 국가를 위한 「최후의 수입국」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개도국의 저가 수입품에 대해 미 통상대표부(USTR)이 보복조치를 취하자고 요구했지만, 미 재무부는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해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다보니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6월 미국의 무역적자는 월별 사상 최대인 246억 달러를 기록했고, 상반기 무역적자는 2,360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44%나 급증했다. 미국은 누적되고 있는 무역적자를 메우기 위해 달러를 약화시켜야 한다. 또 『그동안 당신 나라가 어려웠을 때 수입을 많이 해주었으니, 이젠 미국 물건을 사주어야 한다』며 통상압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출길이 막혔거나 밀려드는 수입재로 국내시장을 잃었던 업체들에겐 세계 경제 회복이 반갑기만 하다. 저가의 철강수입재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던 미국 철강회사들은 요즘 철강 수입물량이 줄어들고 가격도 올라 활기를 찾고 있다. 미국 정부는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수출이 늘어나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최근의 달러 하락, 뉴욕 주가 조정, 금리 인상 등은 지난 2년 동안 미국만이 홀로 호황을 구가할 때 형성된 불균형의 조건들이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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