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중앙아 석유에 눈독 들였다/“매장량 중동에 버금”

◎메이저들 투자 러시 고위인사 측면지원도 러 “안방까지 침공” 불편【뉴욕=김인영 특파원】 미국 행정부와 석유메이저들이 석유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러시아의 뒷마당인 중앙아시아를 전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석유개발 사업자들이 지난해 대선에서 빌 클린턴 미대통령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헌납했다는 의회 증언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현재 러시아를 방문중인 앨 고어 부통령은 카스피해 지역의 석유자원문제를 모스크바 당국과 협의중이며, 대통령 부인인 힐러리 여사도 오는 11월 중앙아시아를 방문할 계획이다. 국무부에서는 스트로브 탈보트 차관이 중앙아시아 원유파이프 라인 건설을 위해 직접 뛰고 있다. 미국이 한때 구소련의 영토였던 중앙아시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이 중동 다음으로 풍부한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미개발 광구가 많기 때문. 두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었던 미국은 21세기의 에너지 확보를 위해서 이들국가에 대한 영향력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인식한 것이다. 카스피해 주변국가의 원유매장량은 탐사가 제대로 이뤄지면 2천억 배럴에 이른다는 견해도 있다. 이는 미국의 30년 석유소비량에 해당한다. 아제르바이잔에는 확인된 원유 매장량만도 영국 흑해 유전에 맞먹는 1백70억 배럴이며, 지질학자들은 2백∼3백억 배럴의 원유가 추가로 매장돼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도 1백억 배럴의 원유 매장이 확인됐으며 3백만 배럴의 원유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모빌, 아모코, 엑손, 벡텔, 세브론등 내로라는 석유메이저들 대부분이 카스피해 연안의 석유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석유메이저들은 지난 94년 10월 영국, 노르웨이, 러시아등의 석유회사들과 컨소시엄을 형성, 20세기 최대로 기록되는 74억 달러 규모의 석유개발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모빌은 카츠흐스탄에 11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 서방 자본의 대규모 유입에 대한 러시아의 경계도 만만치 않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의 관심이 줄어드니, 미국인들이 침입해오고 있다』라면서 『미국이 코카서스 지역을 자신의 관심 지역으로 묶어두려고 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가안보위원회(NSC) 요원이었던 셰일라 헤즐린씨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의 전략은 중앙아시아 산유국의 독립을 지지, 이 지역이 러시아의 독점적 지배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라고 증언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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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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