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부동산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이미영<건대교수ㆍ 경영학>

[시론] 부동산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이미영 분당과 강남을 축으로 하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 아직까지 내 집 마련을 미뤄온 서민층을 심리적 공황상태로 몰아 넣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부동산 투기에 의한 재산 증식을 부추기고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간의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왜 급상승세를 보이는지 이해하려면 부동산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살펴봐야 한다. 부동산도 시장에서 매매되는 이상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부동산이 일반적인 상품과 다른 것은 구매에 드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금리, 소득 수준과 같은 다양한 경제지표와 연계된 자금운용능력이 수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최근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증대한 것은 경기회복을 염두에 둔 정부가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부동산에 투자할 자금융통이 원활해진 것이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부동산은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인 동시에 주식이나 채권과 더불어 인기 있는 투자대상이기도 하다. 부동산과 같이 많은 금액이 소요되는 투자에 있어 가격하락 위험은 상당히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투자가 최악의 경우라도 손실을 보지 않는다는 믿음이 수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 차례에 걸친 강도 높은 부동산정책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르고 있는 강남 및 분당의 집값이 이 같은 믿음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강남불패라는 신화를 깨뜨리겠다는 정부의 규제일변도 정책은 장기적으로 공급물량을 축소시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을 만들어냈다.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이 공급축소와 수요확대의 결과라고 본다면 이를 반대로 되돌려놓는 것이 올바른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극히 제한돼 있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는 강남 아파트의 밀도를 높이는 방법과 대체지역 개발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강남 아파트의 재개발은 단기적으로 투기를 더욱 자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곤란하다. 한편 대체지역 개발의 경우 신도시 개발은 대상지역이 제한적이고 개발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강북 재개발은 이미 멀어진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큼 효과적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하지만 그중 가장 현실성이 높은 방법은 강북 지역 중 거주환경이 뛰어난 상암동ㆍ용산ㆍ뚝섬 등의 일대를 우선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한강변 및 청계천변 등으로 점차 대상을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수요를 억제하는 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자금이 부동산에 몰리는 것을 완화하는 데 가장 부작용이 작은 것은 대체투자 대상의 제공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이 가지고 있는 효용과 위험에 대한 민감도를 고려할 때 이를 대체할 대상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정부가 취하고 있는 주식시장 활성화는 주식시장의 장기적 전망의 불투명성과 단기적 위험도를 볼 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최근 부동산 투기를 촉발시킨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판교 개발도 원래 계획을 수정,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축소시키는 극약처방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강남과 분당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따라서 대체투자 지역을 개발하고 강북의 인기지역을 점차 늘려나가는 방법이 병행될 때만 효과가 있을 것이다. 국민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고급주택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자연스런 흐름을 강제적으로 막으려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은 규제보다는 시장을 중시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쪽으로 재고돼야 할 것이다. 입력시간 : 2005/07/0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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