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4부. 국민과 호흡하는 신뢰정치 시대로 <4> 선거에 새 바람 불어넣어야

말은 풀고 돈은 묶고… 타운홀 미팅 등으로 유권자 참여 확대를<br>후보공약 비교평가 등 선진국 방식 도입 필요<br>시민 알 권리 충족해 즐기는 선거문화로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중이었던 지난해 12월 한 정당의 유세에서 여자 어린이가 아빠의 목말를 탄 채 후보의 연설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지켜보고 있다. /서울경제DB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지만 우리 정치에서는 유권자의 정치 불신을 심화시키면서 외면 받고 있다.

급기야 18대 총선 투표율은 50%에도 못 미치는 46.1%에 그쳤고 지난해 19대 총선은 투표율 끌어올리기 총력전 끝에 54.2%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의 투표율이 70%를 훌쩍 넘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규제 일변도 선거법을 개혁해 유권자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고 선거 문화와 정치권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신인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정치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정치쇄신의 큰 과제가 된 배경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법의 일대 전환을 통해 60년 넘게 고착돼온 딱딱한 선거 문화를 바꾸기로 하고 다음달 개정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선거법 개정은 우선 후보자의 자율적ㆍ창의적 선거운동의 길을 대폭 넓히면서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른바 '말은 풀고 돈은 묶는' 방식이다. 정치권 진입 문턱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 있다.

선관위가 최근 제시한 선거법 개정안 초안 중 유권자와 대면 및 전화를 선거 운동을 허용하고 어깨띠ㆍ표시물 등으로 후보자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는 행위를 허용하는 방안 등에 대체로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재 유권자들은 온라인을 통해서만 선거운동이 가능한 실정이다. 새로운 선거운동 모델로 떠오른 '토크 콘서트' 형식의 실내 정책토론회 허용 방침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국에서는 후보자가 유권자들을 초대해 정책이나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타운홀 미팅'이 활성화돼 있지만 우리는 실내 정책토론을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토론회가 허용되면 쌍방향 소통을 통해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후보자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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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ㆍ24 재보궐 선거에서 처음 시행돼 향후 주요 선거에서 투표율 상승을 이끌 것으로 주목 받는 사전투표제를 활성화하는 것도 현실적 선거 혁신 방안이다. 선관위는 사전투표 마감시각을 오후4시에서 오후6시로 기존보다 2시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일부에서는 이틀인 투표일 중 금요일을 빼고 토ㆍ일요일에 실시해 투표율을 더욱 제고하자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후보자들에게 선거운동의 자유를 주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면서 투표 참여를 높이는 것이 기본적인 선거법 개정의 방향이 돼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선관위 초안은 기존보다는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언론기관 등이 후보자의 공약에 점수를 매기고 비교 평가해 서열화 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도 물꼬가 트이고 있다. 유권자의 선거 참여를 자극할 수 있는 이 같은 방식은 선진국에선 폭넓게 허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야당의 일부 의원들은 보수ㆍ진보 등 언론사 성향에 따라 편향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선관위는 "평가기관 특성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평가주체와 평가단 구성원 등의 정보를 함께 공개하면 된다"고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기존 지방 의회 및 국회 의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신인 정치인에게 많은 기회를 주려는 의욕이 선거 과열이나 돈 선거 등을 다시 조장하는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관위는 국회의원 예비 후보자 등록 시기를 선거일 120일 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예비후보 상시 등록을 허용하고 명함 배포 등의 선거운동을 허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을 줄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선거의 조기과열과 유권자의 선거피로감, 후보자의 경제부담 가중 등의 부작용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선거나 시도지사 선거 TV토론에서 군소 후보를 중반부터 배제하는 선관위의 '이정희 방지법' 도입은 관심 속에 일각에서는 지나친 규제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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