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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스토리텔링이 인간 진화 적응력 키워

■이야기의 기원(브라이언 보이드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이야기(픽션)를 읽느라 밤을 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 영문학자인 저자는 이를 진화로 설명해낸다. 저자는 방대한 지식을 동원해 인간은 지속적으로 사고하는 능력뿐 아니라 현실과 무관한 허구의 이야기를 말하고 들으려는 본능, 즉 스토리텔링 본능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낸다. 이어 스토리텔링 이야 말로 진화에 매우 중요한 '적응'이었다고 강조한다.


새끼사자가 동료와 깨물고 쫓는 놀이를 통해 사냥을 배워나가듯 놀이는 진화과정에서 '적응'의 이점을 갖는다. 인간에게 예술은 바로 이런 인지능력을 발달시키는 놀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특히 언어를 사용한 예술의 일환인 스토리텔링에 대한 충동과 능력은 인간이 현실적 제약에 더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만들며, 동시에 환경과 조건을 발전시키도록 돕는다고 설명한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유롭게 과거의 경험을 재조합하면서 미래를 상상하거나 모의 실험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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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는 호메로스의 고전'오디세이아'와 현대동화인 닥터 수스의 '호턴이 듣고 있어!'를 비교하며 설명을 이어나간다. 3000년의 시간 차를 둔 두 작품은 스토리텔링 진화의 역사인 셈. 수많은 고전 중에서 3000년을 살아남은'오디세이아'의 이야기의 힘은 무엇일까. 저자는 복잡한 성격을 가진 오디세이아를 통해 사람들은 삶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또 닥터 수스의'호턴이 듣고 있어!'를 통해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예술적 모델을 설명한다. 착한 코끼리 호턴이 먼지뭉치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작은 후(Who)들의 외침을 듣고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소리가 작아 이를 듣지 못한 다른 정글 동물들은 호턴을 비웃을 뿐이다. 이에 호턴이 후들에게 좀 더 소리를 키워 함께 소리쳐야만 다른 동물도 들을 수 있다고 충고함으로써 마침내 다른 정글의 동물도 이들의 소리를 듣고 먼지뭉치 속의 후들을 도와주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진화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와 해법을 자연스레 배우고 터득하게 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2만 7,000원.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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