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 M&A에 경영판단 존중한 대법원 판결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기업을 인수합병(M&A)했더라도 피인수기업의 지분 100%를 사들이면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법원이 피인수기업에 손해를 입히지 않는 LBO에 한해 합법으로 인정해온 데 이어 앞으로 LBO의 합법·위법 여부를 가름하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법원은 19일 LBO 방식으로 온세텔레콤(옛 온세통신)을 인수해 배임 혐의로 기소된 서춘길 전 유비스타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초 1심은 서 전 대표의 배임죄를 인정했으나 2심에 이어 이번 3심은 '유비스타가 온세통신의 구주를 모두 소각하고 새로운 주식을 100% 취득해 온세통신의 1인 주주가 됨으로써 유비스타와 온세통신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LBO는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돈을 빌려 인수하는 M&A 기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께를 기점으로 크게 위축됐다. 당시 김춘환 S&K월드 회장은 LBO 방식으로 중견 건설업체 ㈜신한을 인수한 데 대해 두 번의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친 끝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김 회장이 신한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사에서 자금을 대출받아 신한을 인수한 데 대해 "피인수기업이 담보로 제공된 자산을 잃을 위험이 생겼다"며 배임죄를 인정했다. 검찰이 피인수기업의 손해 위험을 일으키는 LBO를 위법하다고 판단해 비슷한 방식의 M&A를 잇따라 기소한 탓에 외국에서는 활발한 LBO 방식의 M&A가 오히려 국내에서는 된서리를 맞았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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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은 피인수기업이 입을 손해 위험을 인수주체가 지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그만큼 자율적 경영판단을 존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법원은 인수자가 서류상 회사를 세워 돈을 빌린 후 피인수기업과 합병해 합병 법인에 채무를 부담하도록 할 경우에만 배임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려 인수하는 LBO 방식은 기본적으로 위법으로 판단했다.

관계당국은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배임죄 우려가 여전한 LBO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여러 LBO 중에서 어떤 것은 허용되고 어떤 것은 처벌되는지 잣대가 모호한 만큼 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위축된 M&A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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