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지금 상사는 상사맨 CEO 전성시대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송치호 LG상사 대표

지난달 투르크메니스탄 경제인과의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은 공식 행사가 시작되기 전 투르크메니스탄 주요 장관들을 직접 찾아 릴레이 대화를 나눴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실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5분도 낭비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중앙아시아 전역의 상사 업무를 챙겼던 경험이 있다. 대우인터에서 폴란드 무역법인 대표, 우즈베키스탄 주재임원 등을 지내는 등 17년간 해외 생활을 한 '정통 상사맨'인 전 사장이 취임한 지 1년여가 지나면서 '함께 일하면 편한 경영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장을 잘 아는 만큼 맥을 잘 짚고 결정도 바로바로 내려준다"는 것이다. 전 사장은 취임 이후 미얀마 가스전에서 하루 5억입방피트의 생산체제를 구축하면서 분기 영업익 1,000억원 시대를 열었고 투르크메니스탄 산업부와 제철플랜트 구축 계약을, 페루 국영조선소와 다목적함 건조사업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정부간거래(G2G) 분야의 수주 실적 확대를 지휘하고 있다.


대우인터와 마찬가지로 '상사맨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삼성물산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지난 2010년부터 삼성물산 상사 부문의 CEO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신 사장은 1979년부터 상사맨으로서 맷집을 키워 온 인물이다.


김 사장은 지난달 말 캐나다 온타리오에서의 3단계 풍력·태양광 발전사업 중 마지막 단계의 계약을 맺으면서 총 1,369㎿ 규모의 전력 판매 계약을 최종 마무리했다. 2010년 온타리오 주정부와 기본협약을 체결한 지 5년 만이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은 직접 온타리오 주정부뿐만 아니라 현지 지역사회 관계자들, 지멘스와 금융기관 등 다양한 사업 파트너들과 직접 협상하고 설득한 덕이 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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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직원들과의 소통 면에서도 평가가 좋다. 사내 온·오프라인 소통 채널인 '컴톡'이나 '공감챗' 등을 활용해 직원들과 소소한 주제로 곧잘 대화를 나눈다. 삼성물산 임직원들이 공동의 목표와 현안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는 점을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여기에 LG상사의 송치호 대표(부사장)까지 포함하면 최근의 상사 업계는 상사맨 출신 CEO의 '전성시대'라고 평가할 만하다. 송치호 부사장은 지난해 5월 이희범 부회장이 사퇴하면서 단독 대표를 맡게 됐고 3월 중국 간쑤성의 간쑤전력투자그룹과 합작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서북부 지역에서의 신규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을 총괄했다.

당시 송 대표는 직접 간쑤성으로 날아가 간쑤전력투자그룹의 사업장을 꼼꼼히 둘러보는 등 상사맨으로서의 안목을 십분 발휘했다. 1984년 LG상사에 입사한 송 부사장은 산업재2부문장과 인도네시아 지역총괄, 자원·원자재 부문장 등을 역임한 정통 상사맨이다.

사회생활을 상사 사원으로 시작해 상사 대표이사 자리까지 오른 그는 '기본기'에 대한 엄격한 고집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외부 변수와 전 세계적인 경쟁이 조직의 성장에 언제고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믿을 것은 기본기뿐"이라는 철학이다. 실제로 CEO 취임 이후 송 사장이 가장 먼저 챙긴 것은 각종 업무 가이드라인과 내부 규정 체계 점검이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이외의 추가 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LG상사는 서부 내륙에서의 추가 사업 발굴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물산 역시 온타리오 사업의 성공을 발판으로 해외 각국에서의 프로젝트 사업 수주에 전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관리자형 CEO와 비교할 때 정통 상사맨들은 상사 직원들의 생리를 잘 알기 때문에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평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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