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詩에서 배우는 경영학

얼마 전 회사 간부 사원들과 함께 경기도 양평으로 워크 숍을 다녀왔다. 공식적으로 내건 토론의 안건은 '농수산TV의 포지셔닝 및 바람직한 발전방향'이었지만, 사실 나는 서울을 출발할 때부터 그런 공식적인 토론보다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싶다는 욕심이 더 컸다. 양평에 도착하자마자 이른 저녁을 후다닥 뜨고 농수산TV의 포지셔닝이 어떻고 BEP 달성이 어떻다는 등등의 재미없는(?) 내용으로 몇 시간 토론하다 보니 직원들은 좀 지치고 지루한 눈치였다. 그래서 나는 말미에 그들에게 뜬금없이 시 한편을 낭송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직원들은 내 제안이 좀 엉뚱하다 싶었는지 호기심어린 눈빛을 보내기도 하고 빙긋거리는 표정으로 옆 사람과 수군대기도 했다. '평소 무뚝뚝하고 잘 웃지도 않는 양반이 웬 시 낭송?'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나는 직원들의 그런 반응을 짐짓 모른 체하고 평소 애송하는 유태인 출신의 시인 사무엘 울먼의 '청춘'(Youth)이란 시를 낭송했다. 이 시는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하네. 그것은 장미빛 뺨, 앵두 같은 입술, 하늘 거리는 자태가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말하네'라는 구절로 시작해 '머리를 드높여 희망이란 파도를 탈 수 있는 한 그대는 여든살 일지라도 영원한 청춘의 소유자가 될 것이네'라는 구절로 끝난다. 나는 시를 낭송한 다음 '해설'도 덧붙였다. '해설'의 요지는 "회사라는 조직은 늘 젊어야 하고, 젊음은 직원들의 젊은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나의 난데없는 시 낭송과 해설을 직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매일 공식적인 회의자리에서, 월례 조회에서 "변화 없는 조직은 경직된 조직" "변화를 두려워하는 직원은 젊음을 포기한 직원" 식으로 앵무새처럼 얘기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있어 보였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사실 '청춘과 젊음'은 시인의 화두라기보다는 기업의 화두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청춘이기를 포기한 기업, 노쇠한 기업은 살벌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인의 경구(警句)를 좀더 '해설'해본다면 엊그제 창업한 회사도 노쇠한 기업이 될 수 있고, 수십년 아니 수백년 된 회사도 젊음의 기운으로 넘쳐흐르는 기업이 될 수 있다. 젊음은 의지와 상상력, 정열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젊음은 또한 용기, 모험심, 이상에서 과실을 맺는 열매다. 젊음은 고뇌, 두려움, 실망을 적으로 삼겠다는 마음가짐이며, 선망과 탐구심을 내 옆의 친구로 삼겠다는 결심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젊은 기업, 젊은 경영, 젊은 직원은 어떤 것일까. 생각나는 대로 마구 적어보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새로운 지식과 정보에 늘 눈과 귀를 열어 놓아야 한다. 현대는 정보화사회, 지식사회이기 때문이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정보와 지식은 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시인의 권유대로 경이로움에 대한 선망, 어린애 같은 미지에의 탐구심이 있다면 새로운 지식과 정보는 언제든 나의 것, 우리 것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습득한 정보와 지식은 창고에 저장만 해두면 아무 쓸모가 없다. 죽이지 말고 살려야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 된다는 말이다. 정보가공 능력이 없으면 정보는 죽은 정보가 되고 만다. 지식과 정보는 가장 합리적이고 경쟁력 있는 판단의 근거로 사용할 때 비로소 보물이 된다. 또한 구슬을 꿰는 시간은 초고속이라야 한다. '스피드 경영'이라는 말도 있지만, 속도 경쟁력이 없으면 이길 수 없다. 판단이 정확하다고 믿으면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레디 고!'를 외쳐야 한다. 신규사업을 구상할 수 있는 능력도 젊은 기업, 젊은 직원의 조건 가운데 하나다. 시인의 말대로라면 이는 모험심과 용기, 상상력과 이상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내일'이 돼도 '어제'를 답습할 뿐이다. 시로써 얘기를 시작했으니, 마무리도 시로써 해보겠다. 프랑스의 상징파 시인 폴 베를렌의 시 중에 '하늘은 지붕 너머로'라는 작품이 있다. 이 시의 마지막 연은 다음과 같다.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울고만 있는 너는 말해 봐,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나는 우리 회사의 젊은 직원들이, 나아가 대한민국의 모든 젊은이들이 세월이 흘러 노년에 접어들었을 때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내 젊은 날에 이러저러한 일을 했다'고 자신 있고 자랑스럽게 대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백갑종<농수산TV 대표이사>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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