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과학기술, 국가경쟁력 원천

박호군 <인천대 총장>

[송현칼럼] 과학기술, 국가경쟁력 원천 박호군 우리는 지식기반사회에 살고 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 새로운 고급기술이 끊임없이 출현하는 지식기반사회의 본격적 도래는 선진국 도약의 기회이자 위협이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지수는 조사대상 60개 국가 중에 겨우 35위에 머물렀다. 싱가포르(2위)ㆍ타이완(12)ㆍ일본(23)은 물론이고 중국(24위)ㆍ타이(29)ㆍ인도(34) 등에도 뒤져 충격을 줬다. 평가항목 4개를 보면 하부구조 부문에는 기술인프라, 과학인프라, 보건 및 환경, 그리고 교육이 포함됐다. 이중 지식을 창조하고 활용,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창조력은 국가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기술력 우위를 지닌 국가는 예외 없이 세계를 제패했다.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nica)를 구가한 영국은 지난 14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프랑스 계통으로 양이나 쳐서 양모를 프랑스에 수출해 살아간 가난한 나라였다. 14세기 중반 국왕 에드워드 3세는 프랑스와의 왕위계승권 분쟁으로 양모수출 금지령을 내렸고 이에 프랑스는 프랑스 서부지역의 영국 영토 몰수를 선언하면서 기나긴 백년전쟁이 시작됐다. 영국은 이 전쟁에 패해 섬나라로 전락했으나 심기일전, 해양국가로 면모를 일신했다. 더해서 전쟁 중에 양모를 찾아 이주해온 프랑스의 최고 섬유기술자들을 받아들여 활용함으로써 '기술이전' 효과를 봤고 결국 단순 원료공급국에서 모직물 생산국으로 도약하는 성공을 이뤄냈다. 모직물 제조국으로서 영국은 15세기 대항해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본격적인 수출전선에 뛰어들었다. 상선을 만들고 또 출몰하는 해적을 퇴치하기 위해 상선을 무장하면서 대포의 수도 늘였다. 15세기 말 헨리 7세는 적극적으로 프랑스 기술자들을 초빙, 철제무기 개발을 의뢰했다. 이어 헨리 8세는 왕립제철소를 설립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과학자들을 육성, 지원해 철제대포까지 생산했다. 주철기술의 개발은 현재 서식스 지방 철강업의 효시가 됐고 영국을 무기대국으로 만듦과 동시에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한 세계 초강대국 탄생 및 18세기 산업혁명으로도 연결됐다. 기술력을 중요시하는 정책은 이웃 일본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국시대인 1543년 다네가시마(種子島)에 표류한 중국 상선에 타고 있던 3명의 포르투갈인으로부터 철포에 대한 기술을 배운 각 지역의 영주들은 재빨리 모조품들을 만들어 전쟁에 사용했다. 기존의 풀무를 활용한 제철기술과 풍부한 매장량을 지닌 사철은 양질의 철제무기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게 했다. 300년을 뛰어넘어 개항과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시기인 1871년 당시 실권자 이와쿠라 도모미(岩倉具視)는 직접 구미시찰단 특명전권대사가 되어 1년10개월간 유럽을 순방하며 서양문물을 체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영국 기술자까지 대량으로 초빙, 과학기술의 기초를 쌓았다. 그 당시 기술자들에게는 파격적인 급료가 지불됐는데 당시 정부 수상의 급료가 800엔일 때 수석 기술자인 카길 등에게는 2,000엔이라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급료를 지불했다고 한다. 영국과 일본이 국가경쟁력을 키우고 세계 강대국으로 발돋움한 이면에는 이처럼 과학기술을 중요시하고 계획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꾸준히, 그리고 끊임없이 추구한 배경이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육성 및 최고과학자 양성 사업은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덧붙여 창의력에 바탕을 둔 기초과학에도 역점을 두고 향후 국가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지식창출을 이뤄나가기를 기대한다. 박호군(57) 총장이 송현칼럼 필진으로 새로 참여했다. 박 총장은 인천에서 태어나 제물포고,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과학기술부 장관 등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인천대 총장을 맡고 있다. 입력시간 : 2005-04-1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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