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후 잠잠하던 과소비 '고개'

■ 카드 해외사용액 급증시계·보석등 고가사치품 구매 급증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신용카드의 해외사용 내용을 보면 국제통화기금(IMF) 시절 한동안 잠잠했던 과소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시계ㆍ보석 등 고가품 구매나 해외 현지에서의 현금서비스 이용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에서의 씀씀이가 헤프다는 뜻이다. 한은은 해외여행객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여행수지 적자도 큰 폭으로 늘어 국제수지 안정기조도 깨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여행수지 적자가 4억1,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8월에도 적자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수지 적자는 물가불안과 함께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 물품구입 및 현금서비스 이용 급증추세 해외여행이 늘어나면 관련경비도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다. 올 상반기 해외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모두 10억9,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6% 늘어났다. 물품구입이나 현금서비스 사용액은 각각 38.7%, 44.5%나 늘어 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물품구입이나 현금서비스가 전체 신용카드 사용금액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60%에 육박했다. 마치 쇼핑을 위해 해외여행에 나선다는 느낌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해외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사용규모가 급증한 것은 충동구매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용카드 사용유형만 봐도 과소비 경향이 여실히 드러난다. 상반기 중 신용카드 구매 가운데 잡화점과 백화점에서의 사용규모가 각각 5,600만달러, 5,000만달러에 달했다. 특히 시계ㆍ보석점, 면세점, 의류점에서의 사용규모는 전년동기보다 50% 가량 늘었다. ▶ 카지노 현금서비스와 인터넷 구매도 늘어 올 상반기 중 신용카드를 이용한 해외 현금서비스는 1억5,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5% 늘었다. 현금서비스 가운데 대부분은 현지에서 물품구매나 서비스 이용료로 지출됐다. 하지만 카지노에서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은 액수도 500만달러에 달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을 이용한 B2C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인터넷 구매에 따른 신용카드 결제금액도 20%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국내에서도 아마존 등 인터넷서점이나 쇼핑몰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 여행경비 외의 목적으로 신용카드 사용하면 제재 현행 외환거래법에 따르면 여행경비 성격을 벗어난 물품을 카드로 구입하거나 연간 2만달러 이상을 카드로 지출하면 카드사용 중지 등 제재를 받는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외환거래법을 위반해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3~12개월 동안 카드사용이 중지되는 것은 물론 세무당국에 통보해 과세자료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외환거래법을 어기고 신용카드를 사용해 적발된 사례로는 ▲ 해외 현지 변호사 수수료를 신용카드로 지급 ▲ 개인 명의의 카드로 회사 물품 수입대금 결제 ▲ 법인카드로 대표이사 가족의 해외 병원비 결제 등이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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