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지산업/고부가·수출주력화 힘쓴다

◎환경보전산업 탈바꿈 시도/펄프공장 해외건설도 적극「철강이 산업의 쌀이고 반도체가 정보의 쌀이라면 종이는 문화의 쌀이다.」 인류가 살아가는 데 있어 종이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인류문화의 발전에 공헌한 발명품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종이만큼 큰 영향을 미친 것도 드믈 것이다. 인류는 종이의 발명과 함께 문화의 번창을 이루어 냈다. 특히 과거 선조들의 역사와 지혜를 종이에 쓰여진 기록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따라서 종이가 없었다면 현재의 찬란한 문화와 문명은 이렇게까지 꽃피울 수 없었을 것이다. 종이는 문화와 정보를 담는 그릇이다. 종이의 위상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해 한 나라의 제지산업 규모는 그 나라의 문화적 수준과 전반적인 산업 발전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쓰이기도 한다. 국내 제지업계가 척박한 환경에서 끊임없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지업이 화려한 산업이라는 데 공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않다. 생산제품의 대부분이 중간재여서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별로 없고, 조용히 자기영역을 개척해 나갈 뿐이다. 바로 「음지속에서 타오르며 양지를 밝히는 산업」이 제지업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제지업은 몇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대대적인 설비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단기적측면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을 내다봐야 한다. 또 원재료인 펄프의 해외의존도가 커서 종이원료 확보가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관건이기도 하다. 특히 과거 공해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환경보전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공통과제다. 뿐만 아니라 원료및 제품의 부피가 커서 과다한 수송비가 발생, 국제적으로 내수지향적 수요구조를 띠고 있으며 용수와 에너지를 비교적 많이 소비한다. 이같은 특성은 제지업체가 하루빨리 시급해야할 문제점이기도 하다. 제지업체들은 모두 이같은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21세기 초우량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투자 확대 ▲수출 가속화 ▲환경보존 ▲고부가가치 전략 ▲안정적 원료확보등에 어느때보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국내 제지업체들은 그동안의 내수산업에서 벗어나 수출산업화를 가속화, 21세기에 아시아 시장제패의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위해 대대적인 설비투자가 해외현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시장개척, 기술개발에도 적극적이다. 한솔제지, 신호제지, 무림제지, 한라펄프제지등이 인도, 중국등에 현지공장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90년 3억7천6백만달러였던 종이수출은 지난해 이보다 3배이상인 11억8천3백만달러로 늘어났고 올해는 12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역시 군장공단에 제지 전용공단을 조성하고 고급인력양성을 위한 제지특수대학원 설립을 검토하는 등 다각적인 지원책 마련에 들어갔다. 또 과거 공해업종이니 환경파괴 산업이니 하는 인식에서 벗어나 정보와 문화를 담는 중요한 산업이라는 인식 전환에도 힘쓰고 있다. 한솔, 대한제지, 무림제지등 업체 모두가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해 1백% 소각로 설비, 완전정화 폐수처리등 환경설비 투자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와함께 제지업계는 멀티미디어등 정보통신업산업이 발달해도 종이는 나름대로의 편리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1인당 연간 종이소비량은 20㎏, 한국은 1백50㎏인데 비해 정보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은 3백Kg, 일본이 2백50㎏인 것을 봐도 국내 종이산업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종이와 정보산업은 정비례관계임을 알 수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원료확보도 적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내제지 취약점인 목재의 생산이 부족하다 보니 자연히 펄프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최근엔 몇몇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해외 펄프공장 건설이 추진중이며, 호주, 뉴질랜드등에 산림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몇년안에 안정적인 원료 조달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지업계는 고부가가치의 지종다각화 전략을 구사해 신제품이나 신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문용지의 경우 10년전만해도 평방미터당 54g 짜리를 썼으나 지금은 훨씬 가벼운 46g 짜리를 사용하고 있다. 조만간 43g으로 더욱 경량화될 전망이다. 복사용지, 프린터용지, 팩스용지, 각종 티켓용지, 항균지등 첨단제품의 고부가가치 특수지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국내업체들의 활발한 설비확장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중국, 동남아등 떠오르는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 과감한 시장개척에 나설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내수시장 중심의 구조에 안주한 소극적 경영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행히 올들어 세계경제의 호황, 원화절하에 따른 가격 상승분까지 더해져 국내업체는 수출실적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제지업계는 21세기를 앞두고 재도약의 시점을 맞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경쟁력 확보에 힘을 모아야 한다. 생산능력의 확충, 고부가가치 제품개발, 해외시장 선점도 중요하지만 세계유수의 종이회사와 견줄수 있는 품질과 마케팅 활동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과거 장치산업의 이점인 만들면 팔리는 생산자 위주의 구태의연한 생각에서 벗어나 소비자 입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세계 제지업계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인도네시아등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유수 기업체가 다수 등장해 본격적인 국제경쟁 체제로 돌입했다.<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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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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