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되돌아본 98경제] 산업계 자율적 구조조정 유형들

산업계는 지난 1년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일부 기업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전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발빠른 행보 덕분에 알짜기업으로 거듭나기도 했다.구조조정에 일찌감치 나선 기업으로는 우선 두산을 들 수 있다. 95년이후 OB맥주가 하이트맥주에 밀리면서 그룹 전체가 휘청거렸던 두산은 「되는 기업이라야 제값에 팔 수 있다」는 평범한 원칙아래 핵심기업과 알짜배기 부동산 매각에 나섰다. IMF이전 경영진이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분위기와 맞아떨어져 많은 자산을 제 값에 빨리 매각할 수 있었고 나머지 계열사들을 손쉽게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 과정에서 두산상사, OB맥주 등 9개사를 ㈜두산으로 통합했다. 대상이 라이신사업을 6억달러에, 한솔이 한솔제지를 10억달러에, 한화기계가 베어링부문을 3,000억원에 매각한 것도 비슷한 발상에서 나온 발빠른 대응 덕분이었다. 이같은 과정의 원동력은 대주주들이 일지감치 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이었다. 미원과 세원이 합쳐 대상으로 출범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보면 세원측이 경영권을 양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몸집줄이기를 위한 노력은 효성에서 두드러졌다. 재계 16위의 효성은 효성T&C·효성생활산업·효성물산·효성중공업 등 가장 덩치가 큰 4개사를 ㈜효성으로 묶었다. 워크아웃대상인 고합과 동아는 최대 20여개 계열사를 주력사 하나로 통합하는 중이다. MBO(경영자매수)나 EBO(종업원매수)는 98년을 풍미한 유행어였다. 회사를 쪼개는 분사와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아웃소싱도 마찬가지. 현대·삼성·LG·대우 등 거대 재벌은 수많은 부문을 계열사에서 독립시켰다. 몸집도 줄이고 이익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인기를 끌었다. 대기업들 사이에서 연공서열식 인사관행은 거의 사라졌다. 철저한 능력위주 책임경영체제가 도입됐다. 발탁인사가 더 이상 「예외」가 아니었고 사업부 책임경영제도 유행했다. 이들은 중요한 구조조정의 형태로 자리잡았다. 투명경영체제 확립은 소액투자자들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SK는 참여연대나 미국의 타이거펀드 등과 협상을 통해 소수주주의 의견을 대폭 수용하는 방향으로 그룹경영 혁신의 물꼬를 터놓았다. 대부분 그룹이 사외이사제를 도입,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도입 초기 『대주주들의 의사결정에 들러리역할만 하다말 것』이란 우려가 강했으나 이젠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사외이사들이 의외로 깐깐했고 기업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얻었던 것. 대주주 1인 중심의 기업문화에서 탈피, 소액주주의 작은 권리까지 염두에 두는 선진형 관행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