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호화판 은행회관/권홍우·정경부(기자의 눈)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비절감과 과소비추방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은행연합회가 오는 12월 중순 완공 예정인 은행회관의 집기를 초호화판으로 꾸미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회장실과 부회장실에 들어갈 수입품 소파는 한세트에 1천2백10만원. 은행 임원급들이 주로 사용할 은행회관내 뱅커스 클럽 VIP룸에 설치될 93만원짜리 소파보다 13배 이상 비싼 고가품이다. 회장, 부회장실 책장을 사는데만 1천5백60만원이 소요된다. 회장실 집기 내역에는 1백20만원짜리 흔들의자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도 ▲귀빈실 소파 8백40만원 ▲행장회의실 탁자 2천7백만원 ▲헬스클럽 수건함 1백40만원 ▲벽시계 3백만원 ▲소회의실 의자 14개 1천3백86만원(1개 99만원) ▲연단용(2층) 탁자 1개 2백51만원 등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고가 집기품목들이다. 1백50여명의 연합회 일반직원들도 사용중인 사무집기를 대부분 버리고 새 책상에 앉게 된다. 은행연합회가 집기 구입에 쓸 돈은 이렇게 해서 10억원을 쉽게 넘어간다. 은행연합회는 비용충당을 위해 은행들에 손을 벌리고 있다. 공사비 부족액 등 41억원을 2개월만 쓰고 갚아준다는 조건으로 내년 1월께 회원사들에 이를 징구할 계획이다. 이같은 내역서와 자금계획은 지난 1일 은행장회의에서 참석은행장들에게 배포됐다. 이날 회의는 아이러니컬 하게도 은행들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돕기 위해 대출금리 1%포인트 인하를 추진하고, 이를위해 은행별로 임금등 경상경비동결을 결의한 자리였다.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소집한 회의에서 「과소비청구서」의 결제가 요구된 셈이다.과연 새 건물에 입주하면서 그동안 쓰던 손때 묻은 집기들을 다 버리고 이처럼 호화판 치장을 해야하는 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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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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