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계증권 "이젠 소매영업"

기관위주 수입 한계 판단… 개인투자자 공략 잰걸음'이제 기관영업은 벽에 부딪혔다. 소매부문을 집중 공략하라.' 국내에서 활동중인 외국계 증권사들이 기관영업 위주에서 벗어나 소매부문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수익성을 갖추자면 무엇보다 사업영역을 확충하는 게 지상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외국계증권사들은 최근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한 신전략 수립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 동안 미뤄오던 소매영업 진출을 위한 현지법인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큰 손'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과 소매영업의 주도권을 놓고 한 판 승부가 벌어질 전망이다. 외국사들은 기존의 기관위탁 중개영업에 의존한 수수료 수입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시장이 아시아증시의 현금창출창구(Cash cow) 역할을 하자면 새로운 변신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라 외국계 증권사들은 일본시장에서 외국사의 영향력이 급속히 퇴조하고 있는 현실을 중시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외국계 증권사들은 지나친 기관영업 의존으로 시장여건이 악화되자 수익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 내 대형 14개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10개사가 적자를 면치 못했다. 메릴린치는 모두 599억엔의 적자를 기록해 적자규모 1위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이에 반해 한국시장에 진출한 21개 외국계증권사들은 아직 해마다 짭짤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 외국계증권사는 무려 2,914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수백여 개의 지점을 거느린 국내증권사 전체 순익의 40%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전문가들은 올해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증시가 약세를 보인다면 외국사들도 적자의 수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일본 시장에서의 경영 악화가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며 "일본의 사례를 참조해 보다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 수익 다변화 나서 외국사들은 이미 국내 증권사에 비해 한 발 앞서 수익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형사인 삼성과 LG증권의 위탁수수료 수입이 60% 수준에 이르는데 반해 메릴린치증권은 26%에 불과하다. 메릴린치의 경우 상품운용과 자산관리부문이 각각 22%, 21%를 차지할 만큼 고른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장세기조에 따라 수익이 극심하게 엇갈리는 현실을 보이고 있지만 외국사들은 어느 정도 수익 다변화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메릴린치증권의 한 관계자는 "투자은행식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위탁영업과 인베스트먼트뱅킹분야와 자산관리업무를 각각 30%씩 설정하고 주식운용 등 금융수입 비율을 10%로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외국계증권사의 수익구조도 아직 문제점을 갖고 있다. 대부분 국내외 기관투자가들만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도 높이 때문이다. ▶ 개미투자가를 노려라 외국사들은 기관영업에 의존한 수익원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국내 영업망을 한층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해외ㆍ국내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위탁중개업무에서 점차 소매영업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소매영업의 선두주자는 메릴린치다. 이미 프라이빗뱅킹(PB) 방식으로 국내 큰손들의 자금을 거둬 들이는 맞춤 재테크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메릴린치 외에도 UBS워버그등 5~6개 외국증권사들은 영업망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법인 설립까지 고려하고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이들 외국계 증권사는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 주요도시에 자유롭게 지점을 개설할 수 있게 된다. 외국계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아시아 전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이른바 캐시카우(현금창출창구)역할을 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며 "한국시장이 아시아의 노른자위라는 말은 해외 브로커들 사이에서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사들은 한국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왕성한 투자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지역은 물론 세계 어디에도 한국의 개인투자자만큼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사례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 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내증권사 관계자들은 "수익구조를 선진화시키고 투명성을 제고하지 않으면 일본처럼 시장을 고스란히 외국계에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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