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키코 평가손·마진콜 부담 '눈덩이'

10월말 환율1,291원 기준 3兆1,800억…8월말보다 1兆4,900억 늘어<br>키코 만기 연말·연초에 몰려 환율 변동성도 커져<br>은행권 추가상승 대비 반대헤지도 못해 전전긍긍



환율급등 여파로 키코(KIKO) 평가손실과 마진콜(계약이행 보증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은행권은 정작 추가 상승에 대비한 반대 헤지(위험회피)도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키코 계약만기가 연말 및 연초에 몰려 있어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그에 따라 은행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원ㆍ달러 환율이 1,291원으로 마감하면서 기업들의 키코 관련 총 손실은 3조1,8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8월 말(달러당 1,089원)의 1조6,943억원보다 무려 1조4,931억원(88%)이나 늘어났다. 원ㆍ달러 환율이 100원 오르면 총 손실규모가 7,000억원 증가하는 셈이다. 한화증권은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면 키코 상품에 대한 누적손실이 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박정현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파생상품 계약 규모를 바탕으로 환율대별 누적손실 규모를 추정한 결과 환율이 1,400원이면 7조원, 1,500원이면 8조7,000억원에 달했다"며 "내년 6월까지 계약 잔액의 80%가 만기 도래하는데 환율급등으로 기업이 결제하지 못하면 은행이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이 급등세를 이어가며 달러당 1,500원을 넘나들지만 은행들은 손을 놓은 채 쳐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환율의 추가 급등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반대 헤지를 하면 현재 손실을 확정하게 되고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에 얻을 수 있는 평가손실을 포기하는 셈이 된다"며 "반대헤지 후 환율이 급락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손을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은행들은 환율상승에 따른 마진콜을 계속 쌓아가면서 환율이 하락하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키코 만기가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 연말ㆍ연초에 몰려 있어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키코 청산은 달러로 해야 하는데 연말ㆍ연초에 만기가 몰려 기업들의 달러 수요와 겹칠 수 있다"며 "연말에는 환율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의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은행은 중계만 했기 때문에 기업이 망하지 않고 결제만 하면 손해 볼 것이 없다"며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내년 이후 경기가 나빠진 상황에서 키코 만기가 속속 돌아오는 기업들의 경우 은행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