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강의노트] 테러와의 전쟁 경제적 파장

공격목표 불분명 장기전 가능성커경제불확실성 증폭시켜 경기침체 본격화할수도 사상 유래없는 미국 테러사태로 중동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미국이 아프카니스탄을 넘어서 중동 지역의 어느 국가와 교전을 벌이게 된다면 이로 인해 석유의 안정적 공급이 위협받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보복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전개될 상황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가늠하기 위해서, 미국이 중동 지역의 국가와 대규모의 직접 교전을 벌인 과거의 예를 찾아보면, 10여 년 전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서 수행한 걸프전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먼저 국제유가를 보자.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90년 8월 초 두바이유는 배럴당 15달러 선에서 급등하기 시작, 9월 28일에는 37달러를 넘어서는 초강세를 나타냈다. 그 뒤 유가는 조금 안정되어 그 해 4ㆍ4분기 평균 27.45달러를 기록하였다. 91년 1월 17일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자 미국의 적극적 개입으로 인한 전쟁의 조기 종결을 기대한 시장 심리에 힘입어 20달러 이하로 급락하였고, 상황이 종료된 3월에는 다시 15달러 대로 돌아왔다. 최근 국제 유가도 24달러 내외에서 테러사태이후 26달러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엔ㆍ달러 환율을 보면 90년 2ㆍ4분기까지 152엔대를 유지하던 미ㆍ달러화의 환율이 전쟁발발 후 하락하여 4ㆍ4분기에는 134.6엔까지 하락하였다. 달러화의 약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면서 다시 달러화의 가치는 회복되었다. 미국 테러사태이후 달러화가치가 하락한 것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움직임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 준다. 90년 8월 2일 다우존스 지수는 1.2% 하락하였고 3개월 뒤에는 13%이상 하락하였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하면서 주가는 계속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90년 말에 가면서 주가는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여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자 소폭 오르기 시작, 전쟁종료이후 3개월만에 19%이상 상승하여 전쟁 전의 수준을 상회하였다.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불확실성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90년과 91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보면, 90년 초부터 미국 경제의 하강이 뚜렸해져서 90년 2ㆍ4분기 경제성장률은 0.9%에 그쳤다. 90년 3ㆍ4분기 개전이후 미국은 -0.7% 그리고 4ㆍ4분기에는 -3.2%, 91년도 1ㆍ4분기에는 -2%의 경기 침체를 겪었다. 올해 2ㆍ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0.2% 였다는 사실에서 보면 경기 순환곡선상 이번 미국테러사태의 발발 시점은 그 당시와 매우 유사한 셈이다. 과거의 예를 보자면 앞으로 당분간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걸프전을 통하여 앞으로의 경제적 전망을 속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것은 지금의 사태가 걸프전과는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걸프전의 기본적인 패턴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석유 시장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은 뒤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뒤따라 한달 여만에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 미 이라크 전쟁의 승패는 자명해 보였기 때문에 전쟁의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시작하자마자 오히려 세계 경제는 빠르게 안정되었다. 이번에 미국이 수행해야 할 전쟁은 상당히 다른 양상이 될 것이다. 미국이 먼저 공격받았고 보복의 양상은 훨씬 복잡하다. 이번에 미국이 싸워야 할 대상이 국가가 아니라 얼굴없는 테러 단체이고 보면 국가와 교전을 벌인 과거의 전쟁과는 달리 소규모의 다발적 기습전이 될 확률이 크다. 전선이 형성되기도 어렵고 최후의 공격지점도 찾기 어렵다. 만약 빠른 시일 내에 미국이 테러단체를 소탕하거나 그 배후 지원 정권을 전복시키지 못한다면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미아와 같은 신세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럴 때, 철군의 명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 전쟁은 경제에 불확실성만 지속시키면서 세계 경제에 나쁜 영향만을 줄 것이다. 즉 미국의 직접 개입이 걸프전 때와는 달리 시장의 안정을 가져다 줄 보장이 전혀 없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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