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내년 말에는 달러당 88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5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최근 환율동향과 기업의 대응방안’ 강연회에서 “달러화 약세가 계속돼 내년 말 원ㆍ달러 환율이 880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 약세는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장기적 추세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금융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근본원인은 낮은 개인 저축률 때문으로 달러 약세가 현실적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5%인 7,700억달러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달러 약세 기조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4ㆍ4분기 달러당 920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원ㆍ달러 환율은 내년 1ㆍ4분기 900원, 2ㆍ4분기와 3ㆍ4분기 890원으로 떨어진 뒤 4ㆍ4분기에는 880원까지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오 이코노미스트는 예상했다. 최근 미국 경제성장세 둔화도 달러 약세 기조를 유지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올 들어 주택시장의 약세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대두되면서 달러 가치의 하락속도가 빨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6개월~1년 간 환율 예측에서 가장 핵심적인 리스크는 미국 경제의 침체국면 진입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1년처럼 미국 경기 침체가 현실화됐을 때 달러화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으나 이번에는 외국 자본의 미국 탈출 러시에 따른 ‘달러 위기’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씨티은행은 엔ㆍ달러 환율이 현재 115엔대에서 내년에는 118엔으로 상승,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엔화의 약세로 내년 말 원ㆍ엔 환율은 740원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중국 위안화는 현재 1달러당 7.5위안 수준에서 올해 말 7.23위안으로 가치가 상승한 뒤 내년 말에는 6.79위안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원ㆍ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달러화의 추세적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달러화의 하락 추세를 감안해 환 헤지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