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의 세 부담 경감을 이유로 내년 시행을 준비해온 연결납세제 및 파트너십 과세제도 도입이 1~2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조기 도입을 바라는 재계와 신중론을 주장하는 학계의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열린 ‘기업과세 선진화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도입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과세기반과 제도적 여건이 미비돼 있는 만큼 시행시기는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연결납세제도는 경제적으로 결합된 모회사와 자회사를 하나의 과세대상으로 각 법인의 소득과 결손금을 합산해 법인세를 납부하는 제도. 기업조직 선택에 있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데다 수천억원의 세금감면 효과가 있어 그동안 재계를 중심으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해왔다. 정부 역시 투자활성화와 지주회사 전환 유인책으로 내년 초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공청회에 참석한 박정우 서울시립대 교수는 “원칙적으로 제도 도입에 찬성하지만 행정적으로 준비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폈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 역시 “보완장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당장 실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 조세연구원도 연결납세제도를 도입할 경우 복잡한 과세체계와 조세회피, 납세자와의 분쟁, 부실기업 퇴출 지연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재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애초 정부가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연결납세제 도입을 추진해온 것”이라며 “기업지배구조의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트너십제 역시 조기 시행은 힘들 전망이다. 정부는 당초 내년부터 인적회사의 특성을 고려, 법인세를 부과하는 대신 파트너별 소득세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바꿀 방침이었다. 권영준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이에 대해 “공동사업장 과세제도를 보완한 최소한의 파트너십 과세제도를 시범 적용한 후 본격적인 도입은 경제환경 변화를 고려,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옳다”며 유보 입장을 밝혔다.
다만 보유 선박규모와 운항일수를 추산, 추정이익을 근거로 법인세를 매기는 톤세제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 예정대로 내년부터 도입될 전망이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세계 주요 해운국들이 톤세제도를 도입해 자국의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바람직하다”고 적극적인 찬성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