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살포시 드러낸 금강산 내금강 고운 속살

관폭정에서 본 구룡폭포. 세존봉에 가려면 여기서부터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한다.

내금강의 명물 명경대.

내금강은 외금강에 비해 여성적이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게 특징이다. 벽하담의 물빛은 푸른 나무색을 닮아있다. 만폭팔당은 8개의 연못이 차례로 놓여있는 형태인데 저마다 사연도 각각이다. /현대아산 제공

[리빙 앤 조이] 살포시 드러낸 금강산 내금강 고운 속살 금강산=글ㆍ사진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관폭정에서 본 구룡폭포. 세존봉에 가려면 여기서부터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한다. 내금강의 명물 명경대. 내금강은 외금강에 비해 여성적이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게 특징이다. 벽하담의 물빛은 푸른 나무색을 닮아있다. 만폭팔당은 8개의 연못이 차례로 놓여있는 형태인데 저마다 사연도 각각이다. /현대아산 제공 관련기사 • 냉면·털게찜 맛본 후에 온천으로 몸풀면 '神仙' • 금강산 여행자 주의사항 • 금강산 관광 요금 • 36幅 봉우리는 삼일포 감싼 병풍 • 맥주처럼 시원하게 터져라 골! 골! 골! • 프로구단, 지역 커뮤니티 중심돼야 • 'K리그 사활' 월드컵 성적에 달렸다 • 다카하다 이사오 필름으로 만난다 • 당신은 '환생'을 믿습니까? “선생들 고저 날 하나는 기가 막히게 받았습네다. 세존봉 가는 길에 구름 안개 없는 날은 연중에도 손에 꼽습네다.” 금강산 5대 전망대 중 하나인 세존봉(世尊峰ㆍ1,160㎙)으로 올라가는 길.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쨍쨍한 햇볕이 비치자 동행한 북측 안내원의 기분이 좋다. 날은 잘 받았다고 하나 세존봉에 가는 길은 한걸음 한걸음이 무척 힘들다. 장정 걸음으로 왕복 7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며, 곳곳에 있는 심한 경사와 아찔한 철계단은 초보 등산객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세존봉은 현재 관광이 가능한 외금강 지대 중 가장 높고,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봉우리다. 세존봉은 무턱대고 올라갈 수는 없는 곳이다. 미리 등반 신청을 내고 북측의 승인을 받은 관광객만이 올라갈 수 있다. 등반에는 반드시 북측 안내원과 구급 봉사대원이 동행한다. 남측 관광객 중 세존봉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산악 동호인 등 ‘산깨나 탔다는’ 사람들. 등반객이 오르는 날은 일주일에 2~3차례 정도인데, 최근들어 횟수와 인원이 부쩍 늘고있다. “좋은 경치 보려면 할 수 없습네다. 몸과 마음이 고생해야 합네다. 결심을 좀 더 단단히 하면 능히 극복할 수 있습네다.” 세존봉 정상이 보이는 위치에서 북측 안내원은 힘든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힘을 낼 것을 주문한다. 가쁜 숨을 내쉬며 이윽고 밟은 정상. 눈앞에 깜짝 놀랄만한 광경이 펼쳐진다. 신선이 모인다는 집선봉(集仙峰)의 찌를듯한 기암괴석이 눈앞에 보이고 발 밑 저 아래 구름이 흐른다. 구름보다 높이 올라와 신선들의 놀이터를 보는 맛을 어디에 비할까. 구름 아래 저 멀리로는 고성항(장전항)의 바닷물도 보일 듯 말 듯 모습을 드러낸다. 최근 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기 시작한 세존봉은 이 같은 금강산의 미래를 상징하는 산악 체험 코스. 수학여행으로 금강산을 찾는 젊은이들에게도 권할 만한 코스다. 금강산 관광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모할 예정이다. 우선 이달 중순께 수정봉(773㎙) 코스가 안전 시설물 보수공사를 마치고 일반 관광객들에게 개방된다. 만물상 끝자락에 솟은 수정봉은 반나절 코스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경치는 세존봉에 못지않게 아름다운 봉우리다. 또한 가을께 내금강 관광코스가 개발돼 일반에 공개된다. 옛말에 ‘외금강, 내금강, 해금강 세 곳을 모두 봐야 진짜로 금강산을 봤노라고 말 할 수 있고, 세 곳 중에 가장 경치 좋은 곳은 내금강이다’고 했으니, 내금강 길까지 열리는 가을이면 남측 관광객들도 “진짜로 금강산을 봤고, 가장 아름다운 곳 또한 보고 왔노라”고 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민족의 명산 금강산의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소개하고 금강산 관광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짚어봤다. 세존봉 굽이굽이 '흰 비단 폭포' 해발 1,100m 장정 걸음으로 7시간 걸려…백련·환선폭포 있는 구룡연 코스 가장 인기 지난 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후 약 125만 명의 남측 관광객이 다녀왔다. 2001~2003년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다소 주춤했지만 2003년 9월 육로관광이 본격화된 이후 다시 활성화 돼 지난해는 30만 명을 돌파하며 최대치를 기록했다. 많은 관광객이 다녀갔다는 것은 반대로 금강산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금강산 관광의 변화 트렌드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산악체험 코스가 세존봉이다. 안전 공사를 마친 이후 산 좋아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으며, 이달 중순 열리는 수정봉 또한 다소 험준한 경사로를 올라야 하는 산악 코스다. 기왕 산 구경을 하기로 했다면 두 곳을 모두 올라야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뜨는 코스 세존봉 세존봉은 금강산의 주봉인 비로봉을 비롯해 천선대 채하봉 백마봉 등과 더불어 금강산의 5대 전망대로 꼽히는 곳이다. 해발 1,100㎙가 넘는 험준한 봉우리인 만큼 오르기가 간단치는 않다. 일찍 일어나 새벽밥을 든든히 먹고 아침 8시에 산행을 시작했지만 정상에 오른 시간은 정오를 넘겼다. 정상에서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산행에는 불편하지만 도시락은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도중에 요기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산행 중 에너지 보충을 위한 초콜릿 등 간편식도 배낭에 챙기는 게 좋다. 세존봉에 오르는 길은 금강산에서 가장 인기있는 코스인 구룡연 코스를 거쳐간다. 구룡연이 가장 잘 보이는 관폭정에서부터 본격적인 세존봉 등정길이 시작되기 때문에 구룡연까지 가는 길은 맑은 공기를 실컷 마시며 천천히 올라가는 게 좋다. 관폭정에서부터는 경사가 꽤 심하다. 일반인의 경우 산을 잘 타는 북측 안내원의 속도를 따라가기가 힘에 부칠 수 있으니 쉬엄쉬엄 가는 게 상책. 곳곳에 설치된 철계단은 오르기 전에는 아찔해 보이지만 막상 올라탄 뒤에는 그다지 무섭지 않다. 체력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금강산 고지대 식생의 아름다움을 즐겨도 좋다. 곳곳에 핀 야생화와 강풍 탓에 키가 자라지 못한 소나무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정상 가까이에 있는 소나무에는 요즘에야 새잎에 물이 올라 연두빛을 낸다. 오르는 길에서 백련폭포와 환선폭포를 만난다. 경사 급한 너럭바위 위를 흐르는 백련폭포는 마치 흰 비단을 펼친 듯 한 모습. 이를 잇는 환선폭포는 그 소리가 신선을 부르는 듯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정상인 세존봉 전망대에서 보는 전망은 비할 데 없이 웅장하다. 태고적 생겨난 뾰족바위들이 모인 집선봉의 모습은 남성적인데 반해 반대쪽에 보이는 비로봉 부근은 부드럽고 여성적이다. 날씨가 아주 좋은 날에는 해금강, 삼일포, 고성항 뿐 아니라 남측의 동해까지 볼 수 있다. 하산 길에서는 새로 공사를 마친 철계단을 만난다. 종전에 비해 훨씬 안전해졌지만 역시 한 눈에도 아찔하니 조심해서 내려오는 게 좋다. ■수정봉이 열린다 이달 중순 처음으로 일반 관광객에게 공개되는 수정봉 길은 반나절 코스다. 그러나 세존봉과 비교해 손색없는 경치를 자랑하며, 길 또한 험해 오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수정봉은 만물상 입산 초소 앞을 지나간다. 지금까지는 만물상 구경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지만 이달 중순부터는 내친 걸음을 수정봉까지 옮길 수 있다. 수정봉은 수정이 많이 난다고 해서 수정봉으로 불린다. 실제로 이 부근의 자연석에는 수정 함량이 높다. 옛날에는 수정 덩어리를 줍는 횡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가는 길에 비둘기 바위를 만난다. 금방이라도 푸드덕 소리를 내며 날아갈 것 같은 모양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새끼 비둘기의 모습도 나타나는 듯 해 이채롭다. 수정문을 통과해야 수정봉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수정문은 돌로 된 자연의 관문인데 마치 사람이 일부러 세운 것같이 절묘한 모양이다. 정상인 수정봉 전망대에 오르면 앞에는 동해의 푸른바다가, 뒤에는 외금강의 웅장한 산세가 펼쳐진다. 금강산 최고의 전망대로 불러도 손색없는 곳이다. 내금강 푸른沼 물인지 하늘인지 만폭팔담 등 개울·연못 나그네 눈길 잡고, 장안사터·표훈사 등 곳곳에 옛 자취가… 장안사터, 표훈사, 만폭동, 묘길상, 명경대….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나 보던 금강산의 명승지들이다. 이 명승지들은 모두 금강산 중에서도 내금강에 있다. 옛사람들은 "금강산에 갔다왔다"고 하면 내금강에 다녀왔다는 뜻이었다. 그만큼 내금강은 금강산의 안주인 노릇을 하는 곳이다.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다 그렇듯 금강산도 외금강은 험준한 남성미를, 내금강은 부드러운 여성미를 풍기며 때문에 내금강 코스엔 아기자기한 볼 거리가 많다. 이 처럼 수줍음만 타던 내금강 관광 길이 올 가을에 열릴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과 북측 장우영 금강산개발총회사 총사장 등 30명의 답사단이 내금강을 답사한 것은 본격적인 내금강 개발의 신호탄이다. 대북사업의 특성상 "돼야 되나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내금강 길이 열린 이후에는 금강산 관광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게 된다. ■다른 모양, 다른 설화 금강산을 흔히 '1만2천봉'이라고 한다. 이 중 오봉산(1,264㎙), 상등봉(1,229㎙), 옥녀봉(1,423㎙), 비로봉(1,638㎙), 월출봉(1,580㎙), 차일봉(1,529㎙) 줄기를 경계로 내륙을 향한 서쪽을 내금강이라고 한다. 내금강은 내륙으로 완만하게 산줄기가 뻗어 내리기 때문에 산세가 아담하고 예쁜 개울이 많다. '울소'는 개울 중에서도 특이하다. 굵은 물이 떨어져 바위를 깊게 파내려 겉에서 보면 물빛이 푸르다 못해 검다. 게다가 물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사람 우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울소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전설로는 고려말 나옹화상을 질투한 김동거사가 이곳에 투신해버리자, 세 아들이 연일 통곡하다 아버지 뒤를 따른 뒤부터 사람 우는 소리가 났다 한다. 표훈사 옆 너럭바위인 금강대의 오른쪽 계곡에 위치한 만폭동(萬瀑洞). 옛사람들이 '차례로 나타나는 것마다 폭포 아니면 못이요, 못이 아니면 폭포라, 보이는 것, 들리는 것마다 서로 다르다'며 만가지 폭포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만폭팔담이라고 해서 8가지 못이 유명한데 흑룡담, 비파담, 벽파담, 분설담, 진주담, 구담, 선담, 화룡담 등이다. 저마다 다른 생김새, 다른 설화를 지니고 있는데 내금강 길이 열리면 북측 해설사들이 이를 들려줄 예정이다. ■역사의 현장 금강산은 역사에서 불교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내금강에는 번성했던 불교 문화를 보여주는 국보급 문화유적이 곳곳에 있다. 그리고 곳마다 유명한 선사들의 얘기가 담겨있다. 551년 신라 법흥왕의 발원으로 진표율사가 창건했다는 장안사는 현재 터만 남았지만 내금강을 대표하는 유적이다. 표훈사는 이른바 금강산 4대 사찰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절로 신라 문무왕 10년(670년) 창건한 고사찰이다. 정양사 역시 신라시대에 창건한 절이다. 내금강에서 가장 전망이 좋고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가 바로 정양사 혈성루에서 바라본 경치를 그린 것이다. 교과서에서 사진으로 보던 묘길상(妙吉祥)은 대패로 민 듯한 암벽에 높이 18.2m, 귀의 길이 1.5m, 손의 길이 3m, 발의 길이 3m로 깍은 거대한 마애불이다. 소박하면서도 입체감이 있고, 얼굴의 묘한 미소가 백미다. 햇빛에 따라 얼굴 부분이 두드러져 보이게 새긴 기법도 볼만한 불교 미술이다. 명경대는 외로이 솟은 높이 90m, 폭 30m의 바위. 뜻은 불교 용어로 저승길 입구에 있는 거울이라는 뜻이다. ■내금강의 식생 TV에서나 봤던 금강국수나무가 자라는 곳이 바로 내금강이다. 내금강에서는 금강산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자연 식생 금강국수나무(북측 천연기념물 제232호)와 금강초롱(233호)를 직접 볼 수 있다. 금강국수나무는 금강문, 명경대 부근에서만 서식하며 세계적으로 단 1종밖에 없는 희귀 수종. 금강초롱은 내금강 만폭동, 묘길상 부근에 주로 살며 비로봉과 외금강 만물상 부근에서도 가끔 발견된다. 금강초롱은 1909년 처음 발견됐으며 아름다움 못지않게 학술적인 의의도 큰 식물이다. 입력시간 : 2006/06/0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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