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글로벌 돈 잔치가 끝나면…

'설마 괜찮겠지' 했다. 우리와는 먼 나라에서 발생한 일인 데다 이미 지난 2006년부터 거론돼온 낡은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얘기다. 그러나 상황은 달랐다. 2008년이 되자 제 코가 석 자인 외국의 금융기관들은 한국시장에서 앞다투어 돈을 빼갔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은 위기를 극적으로 심화시켰다. 한국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우리 경제의 건전성, 우리 기업의 수익성 여부와는 상관이 없었다. 그러자 건전했던 우리 경제도 흔들렸다. 신용도도 떨어졌다. 한때 외화자금 부도설이 돌기도 했다. 위기는 결국 한미 통화스와프이 체결되면서 잦아들었다. 유동성 장세 지속여부 불투명 2년 이상 지속된 글로벌 돈 잔치가 끝나가고 있다. 6월 말 미국의 양적완화(QE2) 종료를 둘러싼 얘기다. 양적완화는 2009년 3월 이후 1차로 1조7,500억달러가 풀렸다. 그리고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2차에서는 약 6,000억달러 정도가 풀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적완화의 결과 위기에 섰던 미국 경제는 확연히 좋아졌다. 소비가 늘고 실업이 줄었다. 산업생산도 확연히 회복 흐름을 타고 있다. 문제는 인플레. 지난해 1%대 머물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2%대를 넘어섰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승폭도 높아졌다. 1~2월 2.1%에서 3월에는 2.7%로 올랐다. 시중에 너무 돈이 많이 풀린 것이다. 양적완화 중단을 요구하는 매파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 소식도 들렸다.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의 대규모 자금공급도 글로벌 유동성을 늘리고 있다. 지난 4월7일에는 유럽 중앙은행(EBC)에서 2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 이후 신흥국(이머징 마켓) 특히 우리 시장 상황이다. 국제금융연합회(IIF)에 따르면 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신흥국으로의 자금유입 규모는 2009년 890억달러, 2010년 1,270억달러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외국인 투자금액은 주식이 약 22조9,000억원, 채권이 16조9,000억원이다. 국내 증시는 이 같은 막대한 외국인 자금유입으로 유동성 장세를 연출하면서 2,000을 넘었고 21일에는 장중 2,200을 돌파하기도 했다. 채권시장 역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가 떨어지는 유동성 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반대로 돌아설 경우다. 2009년 3월 이후 2년넘게 진행된 양적완화의 흐름 속에서 유동성 마약에 취한 시장이 반대의 흐름을 제대로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미 각계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양적완화 종료를 커다란 불확실성으로 지목했다. 김 총재는 "미국의 2차 양적완화가 어떤 형태로 발전할 것이냐, 이것이 글로벌 유동성의 규모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불확실성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미국의 경기회복 추이를 볼 때 일단 3차 양적완화정책(QE3)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흥국들 불확실성 대비 필요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다. 따라서 움직임도 느리지만 한번 방향을 정하고 나면 몇 년은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긴축할 때도 그렇고 부양도 그렇다. 미국은 2004년 1%하던 연방기금금리를 이후 2년간 지속적으로 올려 2006년에는 5%를 넘겼다. 2년간 무려 4% 포인트 이상 올린 셈이다. 이후 서브 프라임 위기가 터지자 2007년 하반기부터는 내리기 시작해 2008년 말 사실상 0%까지 떨어뜨렸다. 이어 금리정책이 무력해 지자 양적완화에 나섰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나름대로 최고의 방파제를 쌓았다. 우리도 외국인 자금의 밀물과 썰물에 대비해 각종 방파제를 쌓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효과적인지는 실제 쓰나미가 몰려와야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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