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프로의 맹점에 대하여

제11보(164~200)



검토실에서는 모두들 이세돌이 곧 돌을 던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돌을 던지지 않았다. 팻감은 쌍방이 얼마든지 있었으므로 무려 1백 40수 이상이 더 두어졌다. "흑이 좌상귀를 무조건 다 잡으면 흑승입니다. 그러나 백은 10집 정도의 끝내기만 할 수 있다면 좌상귀를 내주어도 이깁니다."(윤현석) 타이젬의 해설자 유창혁9단과 사이버오로의 해설자 원성진9단은 더이상 가상도를 만들지 않았다. 백승을 기정 사실로 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패가 끊임없이 계속되자 원성진은 가만히 앉아 있기가 쑥스러웠는지 가상도 하나를 만들어 사이버오로에 올렸다. 그것이 참고도의 흑1 이하 흑7이었다. 강동윤이 혹시 착각을 해가지고 백4로 패를 해소한다면 흑의 역전승이라는 궁색한 설명이었다. 필자와 박영철기자는 하변 왼쪽의 백대마를 흑이 잡으러가는 과정에서 그냥 수상전을 해도 흑이 이기는데 이세돌이 왜 구태여 패를 냈는지를 놓고 얘기를 나누었다. "이세돌이 수읽기에 착각을 범한 것이겠지?"(필자) "아닐 거야 패만 내어도 이긴다고 쉽게 생각했을 거야."(박영철) "그냥 다 잡을 수 있는 상황인데 왜 패를 낸 것일까. 이상하잖아."(필자) "이상할 것도 없어. 수상전으로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구태여 패를 내는 이 작전을 프로들이 의외로 즐겨 쓰더라고."(박영철) "그런 바보 같은 작전이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고."(필자) "수상전은 불확실하지만 패는 확실하다는 관념이 상당히 강한 것 같아. 이게 프로의 맹점일 거야. 작전 가운데 가장 명쾌하고 분명한 작전이 패라고 생각하는 것이지. 패라는 놈은 일차방정식처럼 쉬운 구조이기 때문에 골치를 썩히지 않아도 되거든."(박영철) (70,78,84,90,98…65의 왼쪽. 75,81,87,9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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