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개혁이 시작된 이후 서방이 지원한 경제 지원 자금중 5백억-1천억달러를 해외로 빼돌렸으며, `총체적인 부패와 도적질'로인해 개혁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미국의 한 경제학자가 주장했다.
제프리 삭스 美 하버드대학교 산하 국제발전연구소 소장은 7일 러시아 일간 노브예 이즈베스티야紙와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에 개혁작업이 진행돼 오는 동안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정부는 물론, 고어-체르노미르딘 위원회(美.러 과학.기술.경제협력위원회) 등을 통해 지원된 對러시아 지원자금중 5백억-1천억달러가 외국은행이나 해외 자산 매입용으로 러시아에서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IMF 등의 對러시아 안정화 차관 2백26억달러 가운데 1차분으로 지난 7월 제공된 48억달러도 해외로 유출돼 현재 러시아에서 종적을 감춘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옛소련이 붕괴된 후 러시아에는 심각한 혼란상황과 다양한 정치세력간의전면전쟁이 계속돼 왔기 때문에 현재까지 본연의 업무에 종사해온 정부(지도부)가단 한차례도 없었으며 줄곳 혼란과 분쟁, 공기업 사유화에 따른 이익금과 서방 지원금의 착복을 위한 암투만 존재해 왔다고 주장했다.
삭스 소장은 현재 러시아가 안고 있는 수많은 불행의 원인은 제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서방 선진국들과 러시아간의 중재자로서 러시아에 자금을 제공해온IMF 때문이라고 말하고 IMF는 오래전 개혁됐거나, 해산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도 러시아에는 시장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폭넓은 지지세력이 없는데다과거와 마찬가지로 `아래로부터'의 실질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는 극소수 인물의 정책 결정만 있을 뿐이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는 독특한 길을 찾기를 포기하고 세계경제발전에 따른 정상적인 길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자신이 러시아 정부 경제 고문역할을 맡았던 예고르 가이다르 총재시절(91-93년) 서방의 기준으로 바람직한 기업과 은행들이 러시아에 수없이 출현했지만 이들 모두가 사실상 `친정부적이거나 정부 추종세력들'이었기 때문에 러시아는 당시실질적인 개혁의 기회를 상실했다고 회고했다.
노브예 이즈베스티야紙는 이밖에 IMF 관계자를 인용,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 95년말-96년초 미국 정부가 보리스 옐친 대통령 정권이 공산당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당시 옐친 정권에 즉시 자금을 제공하라고 요구함으로써 IMF가 어쩔 수없이 러시아에 차관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