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10%, 80세 이상의 30% 정도가 치매 환자로 추정될 정도다. 최근 미국 치매학회와 국립노화연구소가 30년 만에 치매 진단기준을 개정했다. 부분적 기억상실이나 공간감각ㆍ판단력이 떨어지는 증상도 치매에 포함됐다. 치매는 뇌세포가 손상되기 시작한 후 7년 정도 지나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빨리 진단해 조기에 치료하겠다는 취지다. 치매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알려진 것으로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없다. 다른 하나는 혈관성 치매로 뇌의 작은 혈관들이 막히면서 뇌 손상이 일어나 발생하는 것이다. 일종의 중풍이라고 볼 수 있다. 서양에는 알츠하이머병에 따른 치매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혈관성 치매가 많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혈관성 치매는 예방도 가능하고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억력 저하나 판단력ㆍ사고력이 떨어진다고 느낄 때 치매가 아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고혈압ㆍ당뇨병ㆍ고지혈증ㆍ심장병ㆍ흡연ㆍ비만 등은 혈관성 치매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방에서는 치매를 ‘매병’이라 해 의서에 상세히 서술돼 있다. 오장 가운데 주로 간장ㆍ비장ㆍ신장과 관련이 많다. 담(痰)이라는 체내 노폐물과 스트레스에 따른 화(火)가 혈액순환을 방해해 정신에 문제가 생기면서 감정의 조화와 균형이 깨지게 된다. 화냄ㆍ슬픔ㆍ분노ㆍ걱정ㆍ두려움 등 감정적 스트레스가 치매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모든 병이 그렇듯 치매도 조기에 치료하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시기를 놓치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방병원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초기환자 중 3~6개월간 한방치료를 받은 환자는 대부분 좋아진 반면 중기는 90%가 호전됐고 말기는 27%만이 약간 효과가 나타났다. 치매는 건망증이나 우울증과는 다르다. 방금 전의 일을 잊어버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소간 있는 것으로 병은 아니다. 어떤 사실을 잊었더라도 누가 힌트를 주면 금방 기억해내는 것은 건망증으로, 병으로 보지 않는다. 치매는 힌트를 줘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장애다. 우울증도 정도가 심해지면 의욕이 없고 기억장애가 나타나고 판단력과 사고력이 저하돼 치매와 같아 보인다. 하지만 우울증을 치료하면 치매증상이 호전되니 치매와 구별된다. 그렇다면 치매 예방은 어떻게 할까. 우선 혈압과 당뇨관리를 위한 식이요법이 중요하다. 그리고 금연과 체중조절도 필요하고 책을 읽거나 바둑ㆍ장기 등 일상생활에서 두뇌를 자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여기에 적절한 운동을 더해야 한다. 빨리 걷기를 꾸준히 하면 고혈압ㆍ고혈당ㆍ고지혈증을 모두 낮추니 일석이조다.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과음은 피해야 한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거울을 보면서 웃는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정이 화목하고 가족 간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