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 등 관련 업계가 '환경오염 피해 구제에 관한 법'안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은 기우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환경오염 피해를 줄이고 그에 따른 보상을 수월하기 위해 '환경책임보험 도입 및 의무화'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준조세나 다름없어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환경오염 피해 구제에 관한 법'에는 ▦과실 여부를 불문하고 해당 시설 사업자의 피해 배상 ▦환경오염피해보상기금 조성 등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조항들도 적지 않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환경오염 방지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화학물질관리법'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에 이어 피해구제법안까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책임보험 가입 업종 보니=피해구제법안은 환경책임보험 가입 업종을 정해 의무화하고 이들 업종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시설을 설치, 운영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한마디로 '선 가입, 후 사업' 원칙을 명확히 한 것이다.
문제는 대상 업종이 석유화학 등 대기업부터 가축분뇨배출시설 등까지 다양하다는 점이다. 업종도 반도체, 자동차, 액정표시장치(LCD) 등 유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분야도 모두 대상이 된다.
현재 이들 오염물질 취급업체는 환경오염과 관련된 적지 않은 준조세를 납부하고 있다. 배출부과금ㆍ환경개선부담금 등 적지 않은 환경 관련 준소세들이 있는데 책임보험 가입까지 의무화되면 또 다른 준조세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보험금과 보험료 등은 향후 시행령에서 정해질 예정인데 과연 이를 부담할 수 있는 업체가 어느 정도냐 하는 점이다. 석유화학협회 조사에 따르면 유화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부에서는 환경책임보험제도마저 시행되면 '중소기업은 다 망하라고 하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시 일방 보상 규정, 소송남발 우려=환경책임보험 도입 및 의무화 외에 과실 여부를 불문하고 해당 시설의 사업자가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규정 역시 문제다. 입법예고된 법안을 보면 전쟁ㆍ폭동 또는 천재지변, 그 밖에 불가항력인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는 유해물질 배출시 그에 따른 책임을 잘잘못에 상관없이 해당 시설의 사업자가 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는 소송남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환경오염피해보상기금 조성도 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피해구제법을 보면 보상기금 재원을 정부 출연금 및 유해물질 관련 과징금 및 과태료, 재보험료, 수익금 등으로 충당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업체가 직간접적으로 기금 조성에도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선 정부가 기금 재원 마련을 위해 유해물질 관련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를 강화할 것이 뻔하다. 간접적으로 업계의 자금이 들어가는 셈이다.
석유화학 업계가 더욱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일련의 환경 관련 법안 제정 과정에서 업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피해구제법안의 경우 업계가 여러 차례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무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