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재임하면서 미국 경제 대통령으로 추앙 받던 앨런 그린스펀 연준(Fed) 전 의장. 거품경제로 금융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비판 받기도 하지만 경제를 보는 눈만은 남달랐다.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D데이엔 란제리 판매동향을 챙겼다. 불황으로 호주머니가 얇아지면 비싼 겉옷보다는 속옷으로 대리 만족하는 경향을 체감지표로 활용했던 것이다. 출근길에 동네 세탁소를 둘러본 일화도 유명하다.
△그린스펀의 의중을 읽어내는 시장의 눈매도 만만찮다. 애매모호한 화법에 지친 시장은 그의 가방에 주목했다. 정책방향을 틀 땐 고뇌에 찬 그의 가방이 두툼했다나 어쨌다나. 통계 숫자만으론 경기를 완벽하게 알기 어렵다. 대안까지는 아니지만 보완장치는 있다. 고속도로 통행량이나 보험해약률 같은 것은 훌륭한 체감지표다. 속설지표로도 불리는 길거리지표도 있다. 경기가 나쁘면 미니스커트와 굽 높은 구두가 유행한다는 것에서부터 불황일수록 립스틱 판매가 늘어난다는 립스틱 효과까지 다양하다. 립스틱 효과나 란제리 설은 비용 대비 효용 분석이니 수긍이 가지만 경기가 호전되면 부부 관계도 좋아져 콘돔 판매가 늘어난다는 황당한 속설까지 있다.
△공식지표만 믿다간 낭패보기 십상인 게 중국 경제다. 지역총생산(GRDP)을 합치면 중국의 공식 국내총생산(GDP)보다 10% 가까이 많다. 통계 조작 논란이 끊이질 않자 서방에서 주목하는 게 커창지수다. 리커창 총리의 랴오닝성 당서기 시절 공식통계보다 몇몇 체감지표가 경제 파악에 더 낫다는 발언에서 유래했다. 그가 예시한 전력소비량과 은행대출, 철도화물 운송량 등을 가중치로 두고 계량화한 게 커창지수다.
△길거리 지표가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한때 유행하던 킬 힐을 대신해 요즘은 굽이 아예 없는 플랫슈즈가 대세다. 불황에 어울린다는 미니스커트보다 핫팬츠가 뜬다. 이보다 아찔한 마이크로팬츠가 유행하는 것을 속설이론으론 도무지 설명 못한다. 25일 발표된 경제성적표가 나아졌다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바닥이다. 알 듯 모를 듯한 게 경제라지만 당국의 지표 해석보다 택시기사의 말이 더 와 닿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