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차이메리카 시대… 달러貨 단일 패권시대 끝나고 있다"

니얼 퍼거슨

현재의 유로화 파워 지닐 듯. 20년 뒤엔 미 경제 추월. 미국은 국가부채위기 ‘유럽화’ 진행 중.. 서울G20서 아시아역동성, 서구에 가르쳐 줄 차례. “중국은 미국발(發) 금융위기와 남유럽 재정위기로 10년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중국은 지금 자신이 10년 뒤쯤 서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리에 와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보완관계를 상징하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신조어를 만든 경제사학자 닐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달러 단일 패권시대는 분명 끝나고 있고, 그 빈틈을 중국이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퍼거슨 교수는 “중국 지도부 내부에서는 당장이라도 자유변동환율제로 전환해 위안화의 기축통화 만들기에 나서자는 주장도 있다”며 “이런 환율정책의 급변이 1~2년 안에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10년 이내는 충분히 가능하고 이렇게 되면 위안화는 지금의 유로화에 버금가는 위상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는 달러 외에 최소 2~3개의 통화가 기축통화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퍼거슨 교수는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릴 G20(주요20개국) 정상회담에 대해 “한국이 전세계에 아시아의 역동성을 가르쳐 줄 차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신의 저서를 출판하기 위해 뉴욕에 들른 퍼거슨 교수를 맨하튼의 한 카페에서 만나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사진:김재현 타임스퀘어비주얼대표 time2visual@gmail.com -중국이 지난 6월말 변동환율제로 복귀했지만 미국의 기류는 부정적인데요. ▦중국은 현명하게 대처했습니다. G20회담을 앞두고 난제를 짚고 넘어 가면서도 급격한환율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지난 2005년에도 그랬습니다. 과거의 사례에서 보듯 이번 조치의 경제적 영향은 미미합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위안화와 유로화 가치를 연관시켜 생각했을 것입니다. 유로화의 가치가 떨어지니 중국이 더 강해지는 달러에 연동(peg)돼 있다는 건 득(得) 될 게 없다는 것이죠. 위안화 절상 폭이 낮다고 해서 미 정부가 보복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국은 절상압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미국의 경제 회복이 당초 기대보다 늦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 씌울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성장이 지속 가능하다고 봅니까. ▦나는 중국의 미래를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 더 긍정적으로 봅니다. 중국이 주저 앉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것은 미국 등 선진국으로의 수출이 붕괴됐을 경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진로를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부양책은 성공했고, 우려하던 일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통화 공급 확대로 도시의 주택가격이 오르고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이 빚어졌지만 이는 경기부양이 성공하면 으레 나타나는 현상으로 봐야 합니다. -중국의 자산버블이 붕괴될 것이라는 관측은 끝없이 제기되는데요. ▦ ‘버블’이라는 표현부터 잘못된 것 같습니다. 중국의 도시 주택 가격은 지난 해 10% 정도 올랐지만 이보다 2년 전에는 그 만큼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버블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못한 것 같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2주 동안 지내면서도 버블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차이메리카시대의 밀월이 끝나고 이제 이혼으로 향하고 있다고 비유한 적도 있는데요…. ▦3년 전쯤 세계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선 ‘차이메리카’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차이메리카의 밀월이 깨질 것은 분명합니다. 지난 2007년 미국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양측이 차이메리카로부터 얻는 실질적인 이익이 흐릿해졌습니다. 미국의 관점에서는 많은 일자리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 같고,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엄청난 국가 부채를 지고 있어서, 이것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양쪽 모두 지난 2006년 보단 만족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의 결합은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혼 이야기는 시기 상조 인 것 같습니다.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과 중국간의 패권 대결이 불가피할 것 같은데요. ▦앞으로 20년쯤 뒤에는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봅니다. 양국간 갈등을 야기할 많은 이슈들은 있습니다. 패권 다툼으로 사이가 더 멀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공생과 협력은 깨지고 경쟁은 격화할 것입니다. 라이벌 관계는 비단 무역과 경제만이 아닙니다. 중국의 해군력이 강화되면 군사적 대립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현명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워싱턴은 이에 대한 해답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국 지도층과 대화를 해보면 그들은 전략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중국은 높은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아주 오래 동안 미국 시장에 전적으로 의지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팍스시니카(Fax Sinica)는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봅니까. ▦지금 아시아의 상황으로 봤을 때 중국은 충분히 아시아 지역에서 높은 지배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는 급성장하는 중국으로의 수출에 의존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지배적인 영향력을 지닌 중국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염두 에 둬야 합니다. 중국이 지배적 영향력을 가진 것은 200년만의 일이기 때문에 이건 아주 새로운 상황입니다. 한국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일본에게는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달러패권이 유지되는 한 중국의 패권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중국이 경제 패권을 차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중국은 점점 환율 규제를 없애고 위안화를 자유롭게 환전 가능한 화폐로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올해와 내년은 아니지만 중국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중국이 자유변동환율제를 선택한다면 그 파장을 쉽게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의 위상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갔습니다. 중국은 2020년쯤 자신의 위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곳에 지금 서 있습니다. 중국 급진적 고위층은 리스크를 감수하며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자고 합니다. 보수 인사들은 너무 리스크가 크니 그런 상황까지 몰고 가지 말자고 반박합니다. 하지만 중국만큼 크고 영향력 있는 국가의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여러 개의 기축통화가 설정된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1920년대 당시 파운드가 기축 통화였을 때도 달러가 그에 맞먹는 힘을 가졌습니다. -달러 단일 헤게모니는 끝나고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달러 하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달러 이외에도 적어도 2, 3개의 화폐가 추가로 기축통화 역할을 할 것 입니다. 현재로선 달러는 거의 위험 부담이 없는 화폐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미국의 재정 상황은 너무 불안합니다. 달러만이 유일한 기축통화인 현재 상황은 아주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입니다. 시장은 언젠가는 미국의 부채와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질겁할 것입니다. 달러 패권주의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더 이상 2차 대전 직후와 같은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자원이 없습니다. 미국은 점점 약해지고 있는 추세이고, 미국에게 큰 선택권은 없습니다. -앞으로 위안화가 달러의 최대 라이벌로 떠오르는 겁니까. ▦그럴 것입니다. 유로화는 달러의 경쟁통화가 될 기회를 놓친 데 반해 중국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아마 10년 이내로 중국의 환율제도에 큰 변화(자유변동환율제 채택)가 있을 것입니다. 위안화가 현재 유로화의 위상을 확보할 기회를 맞는 것이지요. -그리스는 결국 디폴트 될 것이라고 시각이 많은데요. ▦아마도 올해 안에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스 재정 상태는 마치 곡예사가 외줄을 타는 것처럼 위태롭습니다. 몇 년간 긴축정책을 편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스 입장에선 처음부터 디폴트를 선언하는 게 더 나았을 지도 모릅니다. -유럽연합(EU)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요. ▦EU가 앞으로 정치까지 통합한 이른바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으로탈바꿈하지 않으면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핵심 국가인 독일도 이를 원치 않습니다. 그러나 몇몇 국가가 디폴트를 선언한다고 해서 EU가 해체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재로서 EU는 미합중국보다는 이름뿐인 제국이었던 ‘신성로마제국(Holy Roman Empire)’처럼 유지 될 것 같습니다. -재정 통합 없는 화폐 통합은 불가능한 시나리오인가요. ▦굉장히 어렵다고 봅니다. 유로존이 재정을 통합해서 중앙집권적 정책을 펼 가능성은 낮습니다. 역사적 성공 사례도 극히 드뭅니다. 19세기에 라틴통화동맹(Latin Monetary Union)이 있었지만 이탈리아와 독일이 단일 통화정책을 펴는 게 불가능했기에 실패했습니다. -미국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적절히 축소할 수 있을까. ▦매우 어렵다고 봐야죠. 의료보험개혁, 연금개혁, 조세개혁 등을 시도했겠지만 부채를 줄이는데 실질적 효과를 거두진 못할 것입니다. 지금의 정치적 지형을 보면 미국의 국가 부채는 더 늘어나고, 세금 부담과 실업률은 더 높아질 것입니다. 미국은 점차 ‘유럽화’하고 있습니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미국의 경제패권은 물론 군사적 패권까지도 약화시킬 것입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재정위기가 다가오는데도 변화의 기회를 놓치고 있고, 그렇게 할 정치적 의지도 없다는 것입니다. 재정위기는 국방비를 줄여 미국의 슈퍼파워를 뒤흔들 것입니다. - 한국경제를 흔히 ‘호두 까기’ 신세에 비유합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한국 경제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혁신입니다. 기술적 측면에서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개발해 내는 것이죠. 이것이 아주 큰 성공의 잣대였습니다. 역사적으로 성장은 생산력을 증가시키는 기술의 혁신에서 나왔습니다. -G20(주요 20개국)회의는 실질적인 경제 협의체로 발전할 수 있을 까요. 그렇게 될 것입니다. G20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성공적인 협의체로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훗날 역사학자들은 지난 2009년 G20 정상회의를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해 국제적으로 합의를 이뤄낸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할 것입니다. 대공황시절인 1930년대에도 유사한 회의를 열었지만 실패했던 것을 감안할 때 G20는 굉장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11월 서울 G20회의에서는 어떤 논의가 있어야 할까요. ▦서울에서는 재정 정책과 경제 부양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입니다. 한국은 G20 정상회의에서 재정 긴축 대신 성장을 권유하고, 부채 문제를 성장을 통해 개선 할 수 있다는 ‘급진적 재정혁신(radical fiscal reform)’을 권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원국들이 세금 제도를 단순화하고, 기업 관련 세금을 줄이고, 자영업자와 기업의 혁신을 권장한다면 성장의 제약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한국이 서구 국가들에게 아시아의 경험을 가르쳐 줄 차례입니다. 역동적인 경제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한반도의 통일 전망은 어떻게 봅니까. ▦지난 1989년 베를린에서 독일의 통일과 서독에게 내려진 과제를 지켜봤습니다. 독일의 경험을 본다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북한은 끝날 것 같습니다. 김정일이 사망하면 북한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통일 시나리오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서 물러서고 한국이 통일하여 남쪽이 북쪽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냉전이 끝났다고 하지만 한반도가 통일돼야 냉전이 끝나는 것입니다. -중국은 북한정권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데요. ▦독일은 러시아의 후퇴로 평화통일을 맞았습니다. 중국은 남한이 북한과 통일되도록 두 손을 놓고 지켜 보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의 상태로 그리 오래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 체제는 매우 불안합니다. 지금까지 버텨 온 유일한 배경은 중국인데, 중국이 더 이상 북한과의 지원관계를 유지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중국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정일 사망 후 중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배하려 들지 말고 한반도의 통일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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