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사태 여파/기업 해외사업 차질·경영축소 부심

◎외국은행들 대출기피·가산금리 높여/추가감원·투자감축 등 계획 안정지향기아사태와 함께 국내기업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국내외 경영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기업들은 해외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경영계획을 축소·안정위주로 수정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해외사업의 차질=외국계은행이 국내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 또 어렵게 자금을 구해도 금리가 큰 폭으로 뛰어 금융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으며 해외사업수주, 현지투자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따라 해외투자계획을 수정하거나, 불요불급한 투자유보에 나서고 있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잇단 부도사태로 해외신인도가 추락하면서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해외사업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큰 피해는 해외자금 조달의 차질. 해외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붙는 가산금리(스프레드)는 기아사태 이전 0.5%에서 최근에는 0.75∼0.9%까지 치솟았다. 삼성 현대 LG 대우 등 4대그룹을 제외하고는 1.0∼2.0%까지 가산금리를 물고 있다. 현대종합상사 금융팀의 최규준과장은 『외국금융기관들이 한국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해 「코리아프리미엄」을 적용할 정도로 「한국물」에 입맛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현대종합상사는 부도사태이전 5년만기 해외자금을 쓸 경우 리보에 0.55∼0.6%가 추가로 물었으나 최근 가산금리가 0.75%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또 현금 및 신규장기대출을 중단하고, 만기가 된 대출금에 대해 상환기한을 단기로 전환하는 것도 기업들의 주름살을 깊게 하고 있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불요불급한 해외투자 유보 및 연기 ▲바이어에 대한 금융지원을 공급자신용에서 구매자신용으로 전환 ▲금리가 비싼 한국계 은행에 대한 대출의존도 축소 및 외국계은행에 대한 대출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현대그룹은 외국계은행과 한국계은행의 대출비율을 종전 7대 3대에서 최근 9대 1로 재조정했다. ◇국내 사업계획의 수정=감원 및 투자축소, 매출 안정화 등 「다이어트」에 하반기 전략의 촛점을 맞추고 있다. 감원바람은 기아와 대농, 진로 등 부도유예 기업들을 중심으로 몰아치고 있다. 기아가 오는 연말까지 9천여명의 임직원을 줄이기로 한데 이어 대농과 진로도 강도높은 인력감축을 준비중이다. 쌍룡그룹 역시 지난 상반기동안 1천여명을 감원한데 이어 조만간 2차감원을 단행할 예정이다. 두산, 한일 등 구조조정에 착수한 기업들의 감원이 줄을 서고 있다. 기업들은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일 것으로 보고 그동안의 안정기조에서 공격경영으로 방향을 바꿀 예정이었으나 위기감이 높아지자 투자축소, 매출안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우는 올해 설비투자 목표를 당초의 5조7천억원에서 5조원으로 낮췄고, 매출목표도 71조원에서 70조원 미만으로 하향조정했다. 삼성은 지난 상반기 매출이 당초목표인 38조원을 넘어선 41조원을 기록했지만 연간매출목표 85조원은 수정하지 않기로 했다. 한화는 올해초 진출했던 반도체 사업의 추진을 보류, 하반기 투자를 7천억원에서 6천5백억원으로 줄였다. 기업들은 또 매출안정을 위해 할인, 무이자할부와 같은 과당경쟁에서 벗어나 「밸류마케팅」을 도입하고 있다. 현대·대우자동차가 도입한 중고차보상판매는 무지자할부처럼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들의 부담은 덜어주는 밸류마케팅의 전형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자동차외에 치열한 상전을 벌이고 있는 가전이나 의류 등 다른 분야로 확산될 전망이다.<이의춘·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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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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