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해외석학에 듣는다] (3·끝)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북한 6자회담 복귀 전에는 북·미 양자회담 어렵다"<br>北내부적으로 매우 불안 무력도발 지속 가능성<br>대북제재 효과 높이려면 한·미·중 한목소리 내야<br>한미FTA 민감한 정치이슈 내년초 美의회 통과 희박<br>전작권이양 큰 문제없어 개성공단은 포기 바람직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 전 북한과의 양자회담에 절대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양자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은 틀림없이 핵 보유국 지위를 노리려고 할 것입니다.” 미국의 대표적 동북아 싱크탱크인 맨스필드재단(워싱턴시)의 고든 플레이크 사무총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진보적인 경제정책과 달리 진보적이지 않다”며 “그럼에도 미국의 여론은 대북정책이 너무 물렁하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레이크 사무총장은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올 가을 의회에 인준을 요청하고 내년 초 의회를 통과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미국에 한미 FTA는 매우 민감한 정치적 이슈가 돼버려 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해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FTA 비준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발사 배경은 무엇인가. ▲ 딱히 하나로 꼬집을 수는 없지만 북한 내부의 정치적 사정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북한은 지금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경제난도 심한데다 외교적으로도 실패했다. 핵개발을 빼고 성공한 것이 없다. 후계자 승계에 착수했지만 북한 내부적으로는 승계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다. 정치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군부와 당원은 대외적으로 가장 강경한 입장, 가장 단호한 입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내부의 불안감을 대외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오바마 행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시험해본다는 차원은 아니다. -2차 핵실험이 내부적 상황에서 비롯됐다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닌가. ▲ 그렇다고 본다. 북한은 오는 2012년 강성대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경제적ㆍ외교적으로 모두 실패한 북한이 성공한 것은 핵과 미사일 개발뿐이다. -북한이 결국에는 핵 보유국 지위를 얻지 않을까. ▲ 북한이 노리는 게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인데 국제사회에서 누구도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법과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국가인 북한을 인정한다면 모든 나라가 북한을 따라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과 대만도 핵 무장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북한을 6자회담으로 이끌어내려면 어떤 여건이 형성돼야 하나. ▲ 정답을 안다면 내가 행정부에 있어야 하지 않겠나(웃음). 북한을 설득하는 한편 제재를 통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도록 압력을 넣는 ‘투 트랙(two track)’이 필요하다.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해지면 대화로 나서야 한다는 내부의 압력도 높아질 것이다. 물론 대화 재개에 대한 ‘가격표’도 올라갈 수 있다. 어쨌든 올해 중 6자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오바마 행정부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양자회담에 나설 가능성은 있는가. ▲ 6자회담 개최 이전에 양자회담은 어렵다고 본다. 미국은 2005년 9월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양자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양자회담이 진행될 수 있겠는가. 북한은 양자회담을 통해 핵 보유국 지위를 노리려고 할 것이다. 다만 스티븐 보스워스 특별대표가 6자회담 개최 이전에 북한을 방문하거나 제3국에서 접촉할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협상하자는 제의를 하는 수준이지 협상은 아니다. -북한의 도발행위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가. ▲ 일종의 반응과 대응이라는 사이클상에 있다고 본다. 북한이 도발하고 이에 국제사회가 대응하고 다시 북한이 도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무력시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협상장에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위기는 조금씩 증가할 것이다. 2006년에도 비슷한 사이클이 있었다. 다만 2006년과는 환경이 다르다. 첫번째는 북한의 정세가 매우 불안한 것이고 두번째는 당시에는 북핵 위기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강경책 탓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국제사회가 오바마 행정부의 잘못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것은 5개국이 대북정책에 공조하는 원동력이다. -유엔 제재 효과는 항상 미약하지 않은가. ▲ 그렇지 않다. 가장 강력한 조치다. 제재안은 계속 누적되고 있다. 중국이 그동안 세 차례의 제재안에 동참했다는 것은 큰 변화다. 중국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중국의 인내력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안에서 개성공단은 제외됐는데. ▲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을 포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한국 근로자들이 인질로 붙잡힐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정부는 정치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개성공단의 임금 수준이 중국 등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진출기업이 그다지 성공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한다. 개성공단은 앞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어떠한가. ▲ 중국이 북한의 후견국가라는 것은 옛날 생각이다. 중국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는 동북아 정세의 안정이다. 동북아 정세가 안정되고 위기가 없어야 자국의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이 안정돼 있다면 북한을 지지할 것이지만 북한의 행동과 정책이 불안한 결과를 초래한다면 중국은 북한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상당수 중국 전문가들이 등을 돌렸다. 중국 정부 내부에서도 북한의 행동을 비판하고 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3개 결의안에 참여했다. 이것은 놀라운 변화다. 동북아 정세 안정을 위해 중국은 북한 감싸기 입장을 바꿔야 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북 제재는 중국이 실질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효과가 낮아지지 않나. ▲ 물론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러나 중국이 움직이려면 한국 정부의 입장이 어정쩡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입장이 애매하다면 미국은 중국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중국은 미국에 ‘당신의 동맹국인 한국이 북한을 제재하지 말라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라고 했다. 중국도 북중관계보다 동북아 평화와 안정ㆍ번영을 우선시한다. -북한이 김정일의 3남인 김정운에 대한 권력승계 작업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있는데. ▲ 권력승계 과정에서 시작의 시작에 불과하다. 공식적으로 시작도 안했다. 김정일 승계작업은 20년이 걸렸다. 김정운이 승계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으나 그의 이름은 북한 내부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과 중앙통신에 ‘김정운’ ‘후계자’라는 단어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북한 군부와 당원들은 권력승계 소문을 들었을 것이고 내가 보기에는 누구에게 줄을 서야 할지 잘 모르는 상황인 것 같다. 이것이 북한이 핵실험을 한 배경 중 하나다. 북한이 앞으로 상황을 잘못 판단해 실수할 수도 있다고 본다. -북한의 실수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 상상할 수 없는 위험이다.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음) -한국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 미국 국방부는 전작권을 원래대로 이양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역설적으로 본다면 북핵 위기 상황에서도 원래대로 2012년에 이양한다면 한국 자주국방력에 대한 자신감의 대외적 표출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만 기술적 조정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재협상을 요구하지 말고 기존 틀 내에서 미세조정하는 것을 재검토하라고 권하고 싶다. -올 6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보면 한미 FTA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것 같은데. ▲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은 FTA는 찬성이지만 지금은 추진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올해는 물 건너갔다. 한미 FTA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올 가을 의회에 비준안이 제출되고 내년 초 의회를 통과하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인데 이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FTA가 통과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하나. ▲ 그렇게까지 생각하기는 싫다. 한미 FTA는 2년 전 벌써 통과됐어야 했는데 매우 실망스럽고 우려된다.
오바마 대선 캠프서 한반도 정책 자문
■ 고든 플레이크는

버락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한반도 정책을 자문한 미국의 소장파 한반도 전문가. 미국 내 한반도 전문연구기관인 '애틀랜틱카운슬'에서 대북한 분쟁해결 프로젝트를 담당하기도 했다. 지난 1986~1988년 3년간 대전과 광주ㆍ청주에서 선교활동차 한국에 체류했고 북한 수해 지원을 위해 국제 민간단체와 함께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맨스필드재단은 최장(17년) 상원 원내대표를 역임한 마이클 맨스필드 민주당 의원이 1985년 설립한 아시아 싱크탱크로 워싱턴 외에도 베이징과 도쿄ㆍ몬테나주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1967년 뉴멕시코주 ▲1990년 유타주 브링엄영대 졸업 ▲1992년 브링엄영대 국제관계학석사 ▲1993~1997년 한미경제연구소(KEI) 이사 ▲1997~1999년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1999년~현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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