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경제상황 대비해야"
■한은 경제동향간담회
'정부와 한국은행 등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간 경제연구소 소장들과 교수 등은 23일 박승 한은 총재 주재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하반기 경제전망이 매우 비관적이라며 기업투자 활성화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전문가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주목된다.
간담회에서는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이 집중 논의됐다. 또한 민간 부문은 하반기 경제를 훨씬 비관적으로 보는 데 비해 정부당국은 다소 낙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한은이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놓아야 한다는 충고도 나왔다.
참석자들이 진단한 우리 경제의 위치는 풍전등화. 중국경제 부상에 따른 국내기업의 경쟁력 약화, 과다한 가계부채, 수출주도 산업의 높은 부품 해외의존도 등이 경제를 짓누르는 가운데 변화와 조정도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 했다.
제시된 해법은 기업투자 활성화. 생산설비의 해외이전 확대, 기업경영 보수화 경향, 고임금과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투자를 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구체적인 투자활성화 유도책으로는 기업투자활동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규제에 대한 전향적 재검토가 꼽혔다. 규제완화를 시발점으로 기업가정신과 투자의욕 고취→투자활성화→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연간 4~5%의 성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대안도 쏟아져 나왔다. 정부주도형 경제운용을 민간주도형으로 전환하는 문제와 노동시장ㆍ교육제도 및 주택시장의 효율성 제고를 통한 선진형 사회구조가 확립되지 않는다면 한국경제의 장래도 어둡다는 지적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대식 중앙대 대학원장, 박원암 홍익대 교수,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정해왕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현오석 무역협회연구소 소장 등이 참석했다.
윤혜경 기자 light@sed.co.kr
입력시간 : 2004-06-23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