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스모그 걷히면 중국은 또 변한다


연초부터 베이징이 스모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겨울 찾아오는 불청객이라고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난리법석이다. 과거 10년 동안 환경오염에 대해 둔감하던 중국의 관영언론들까지 나서서 연일 스모그 피해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중앙(CC)TV는 PM2.5(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가 유발하는 질병으로 조기에 사망하는 중국인이 지난해 연간 8,500여명에 달하고 경제적 손실도 68억 위안(약 1조1,0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베이징에 도착하면 기침을 한다는 ‘베이징커’(北京咳)라는 유행어가 인터넷을 달구기도 한다.


급기야 차기 총리 내정자인 리커창 부총리까지 나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단기간에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았을 뿐이다. 중국의 짙은 스모그는 도농격차, 도시빈민 문제 등과 마찬가지로 고도성장의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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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진핑 총서기를 필두로 5세대 중국 지도부의 스모그 피해에 대한 접근방식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 시내의 PM2.5 농도는 지난 12일 세계보건기구 기준치(25㎍/㎥)의 약 40배인 993㎍/㎥를 기록했다. 충격적 수치지만 당국은 이를 그대로 공표했다.

주중 미 대사관의 공기오염 수치 발표를 두고 각을 세웠던 것이 아주 먼 예전 얘기 같다. 환경정보를 당국이 독점하며 통제하던 시기가 이미 지났다는 점을 중국공산당이 분명이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스모그가 중국 새 정부의 목표인 산업고도화를 위한 촉매가 되지 않겠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베이징에 짙게 드리운 스모그를 걷히면 중국 새 정부가 내놓은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경제발전 모델의 전환이 속도를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요즘 베이징 시내는 차량 정체가 예전보다 심하다. 차량이 늘어난 원인도 있지만 정부가 교통규제를 강화하며 운전자들이 조심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질서의 중국을 상상한다면 옛말이다. 중국이 또 다른 변화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과거 가파른 성장을 위해 내달렸다면 이젠 숨을 고르고 주변을 살피려 한다. 내수활성화, 대외개방, 산업구조 고도화 등 중국의 숨고르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들에게는 현 시점이 중국시장의 최대 위기일 수도 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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