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련속 인사 '전문가형'으로

청와대 '시스템 관리형'으로 전환

지난해 5월14일 대통령 직무에 복귀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 1년간 권력구조 혁신과 함께 권력집단 내부의 인적구성까지 새판을 짰다. 이같은 `파워엘리트'의 바통타치는 일련의 개각을 통해 실현됐고, 그 특징은 크게 두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당 출신 인사들을 대거 정부로 끌어들인 것이고 다른하나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는 전문가형 인사를 `수혈'한 것이다. 직무복귀 후 첫 작품인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정동영(鄭東泳) 통일장관,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장관 임명은 탄핵을 계기로 국정운영 기조가 이른바 `분권형'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당정 중심의 국정운영을 구현하기 위한 분권형 국정운영 구상은 정무적 사안에 대해서는 당정분리 원칙을 유지하되, 정책에 있어서는 당정일체를 통해 책임정치를구현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소신과 철학이 녹아들어있는 `정치실험'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두 차례 개각을 통해 김진표(金振杓) 교육부총리, 정동채(鄭東采) 문화장관, 박홍수(朴弘綬) 농림장관 등 현역 의원을 `차출', 당정간 의사소통 채널을 확보함으로써 탄핵 이전의 `당정 불협화음'을 차단하는데도 신경을썼다. 이같은 당 인사의 기용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의 역점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절실한 만큼 `당과 국회를 아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노 대통령은 `전문가'를 입각시키는 데도 공을 기울였다. 내각의 안정성을꾀하면서도 정부혁신 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엄격한 성과관리에서 버텨낼 수 있는 인물을 찾은 것이다. 한덕수(韓悳洙) 경제부총리, 김승규(金昇圭) 법무장관, 오영교(吳盈敎) 행자장관, 오거돈(吳巨敦) 해양수산장관, 장하진(張夏眞) 여성장관 등은 모두 자타가 공인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다. 이를 통해 참여정부 초반 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상징됐던 `코드 인사'는퇴조했다. 개혁.혁신의 시동이 걸린 만큼 조직의 안정을 꾀하면서 이를 힘있게 추진할 인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전문가'를 찾는 과정에서 여러차례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했다.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대과없이 국정을 운영해 왔으나 몇차례의 인사가흠집을 냈다"는 말도 나올 정도로 인사의 `난맥상'이 지적된 것이다. 그 예로 교육부총리 인선을 둘러싼 거듭된 잡음이었다. 이기준(李基俊) 전 교육부총리 임명 파문,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 교육부총리 내정설 논란 등은 `전문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 오히려 `덫'으로 작용한 케이스이다. 특히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에 이어 이헌재(李憲宰) 전 경제부총리, 최영도(崔永道) 전 국가인간위원장과 관련한 재산형성 의혹은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 부실 논란을 가져왔다.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의 임명 파문은 결국 청와대 민정.인사수석의 퇴진으로 까지 이어졌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강한 소신과 `좀더 두고 보자' 식의 대응이 문제를 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에도 내각 못지 않은 많은 인적 변화가 있었으나 그 성격에 있어서는 그다지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는 어디까지나 대통령 참모조직이라는고유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이정우(李廷雨) 정책기획위원장, 김병준(金秉準) 정책실장,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등은 여전히 건재하다. 또한 이강철(李康哲) 시민사회수석, 조기숙(趙己淑) 홍보수석의 발탁과 함께 이호철(李鎬喆) 제도개선비서관의 복귀 등도 청와대 참모 진용의 대거 물갈이로 다소 탈색됐던 청와대 비서실의 `선명도'를 높였다. 다만 청와대는 지난 1년간 업무면에 있어서 상당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분권형 국정운영 등 국정운영 기조 변화에 따른 것이다. 당초 참여정부 출범부터 청와대가 부처의 `옥상옥'으로 군림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온 터였으나 `일상적 국정'이 총리실로 대거 넘겨짐에 따라 시스템을 관리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개별 정책을 관리하기 보다는 기능조정을 통해 시스템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품질관리 체제를 안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무수석실을 폐지하고 대(對) 국회 창구를 정책실로 공식화한 것도 의미있는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시스템 관리자'를 자칭하고 나선 청와대가 올들어 군데군데 허점을 드러내고 있어 대대적 보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초 교육부총리 인선등과 관련해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라 현재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또 최근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인수사업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연루설'이 좀처럼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보고체계에 있어서도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보고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지만 한차례도 아닌두차례에 걸친 유전사업 관련 보고 누락을 단지 개인의 실수나 판단 착오로 넘기기에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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