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비용 저효율」 침체 주인/각계 경제전문가 20명 대상 설문

각계 전문가들은 15일 서울경제신문이 실시한 경기 설문조사를 통해 『기업들이 최근 엔고의 반사적 이익을 누리는 데 급급, 체질개선을 게을리할 경우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부작용만 낳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설문조사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설문 질의내용 1.경기 저점의 통과시기는 언제쯤으로 추정되며 본격적인 경기회복 시기는 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2.현재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여러가지 요인중 가장 시급한 사항은 무엇입니까. 3.현재 진행중인 엔화 강세 현상이 우리 경제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또 우리나라가 수출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원화의 대달러화·대엔화 환율은 어느 수준이 적정치라고 판단하십니까. 4.향후 국내 금리(실세금리 기준) 동향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십니까. 장단기 전망치를 제시해 주십시오. 5.현 시점에서 우리 경제의 적정 성장률은 몇%로 판단하고 계십니까. □설문에 응해주신 분 ▲강병호 (주)대우 사장 ▲김원길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위의장 ▲김정국 현대중공업 사장 ▲김중웅 현대경제사회연구원장 ▲김중위 신한국당 정책위의장 ▲박병화 (주)팬텍 사장 ▲박종성 경실련사무총장 ▲박찬성 과소비추방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 ▲신금덕 외환은행 환은경제연구소동향분석실장 ▲신동희 (주)파워테크사장 ▲윤종룡 삼성전자사장 ▲이경태 산업연구원부원장 ▲이영기 한국개발연구원부원장 ▲이용기 한국산업은행조사부장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 ▲이희재 (주)우성아이비대표 ▲정남진 상업은행경영연구실장 ▲최광한 국조세연구원장 ▲허남훈 자유민주연합 정책위의장 (이상,가나다순) ◎경제정책 실패·정치불안도 걸림돌/“내년중 실세금리 한자릿수로” 35%/“엔강세 반사이익 단기효과/체질개선 안할땐 부작용만” ◇경기저점 및 회복 시기=수출증가율 산업생산 등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경제지표는 회복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아직 우리 국내경기가 바닥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응답자중 75%는 우리 경기가 아직 저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올 1·4분기중 이미 저점을 통과했다는 응답자는 1명에 그쳤다. 구체적인 저점 시기로는 7명(35%)이 올 3·4분기, 4명(20%)이 올 4·4분기중이라고 예상, 장기간 침체됐던 국내 경기가 조만간 바닥을 치고 올라서거나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저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저점통과가 곧장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절반 이상의 응답자는 본격적인 경기회복 시기로 내년 상반기 이후를 꼽았으며, 내년 하반기이후에야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도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즉 경기가 6개월 가량은 바닥상태에서 횡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경기침체의 원인이 구조적인 차원의 문제여서 엔고 등 외부요인의 일시적 호전으로 치유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음을 반영한다. ◇경기 회복의 지체 요인과 개선 과제=최근 일부의 미미한 경기회복 조짐과는 달리, 경기회복이 사실상 지연되는 이유로 전체 응답자중 3분의 1이상이 우리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3분의 1이 현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나 정치 불안을 지적하고 있다. 즉 각계 전문가들은 이번 경기침체가 경기순환적 요인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기술개발 부족이나 재무구조 취약 등 기업문화의 고질적인 과제들이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비용구조중에서 가장 개선이 시급한 부문으로는 물류비부문이 가장 많이 꼽혔다. 특히 중소기업을 비롯한 재계 관련자 및 금융계 관련자들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물류비용이 산업경쟁력을 가장 심각하게 악화시키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편 대부분의 국책 및 민간연구기관의 응답자들은 높은 임금수준 때문에 고비용구조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 올들어 기업 일각의 임금동결 움직임이나 임금인상 자제 추세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노동비용이 경쟁력을 되살리기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인식을 바꾸지 않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경쟁력 회복을 위한 적정 환율=응답자의 65%는 최근 엔화 절상이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기업 채산성을 향상시키는 등 국내 경기회복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엔고가 단기적 수출개선 효과를 나타낼 뿐, 기술 축적 등 근본적 경쟁력 개선없이는 경기회복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내 기업들이 엔고의 반사이익을 누리는데 만족하고 자체적인 체질강화를 등한시한다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구조개선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제기하기도 했다. 수출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달러 원화 환율로는 응답자 절반이상인 12명이 현재 수준(달러당 8백90원)을 유지하거나 달러당 9백원가량으로 약간 더 절하되는 것이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원화가 달러당 9백50원에서 1천원까지 더 많이 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낸 사람도 전체의 15%를 차지했다. 한편 엔화는 현재 수준보다 2∼3%가량 추가 절상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1백엔당 원화가 8백∼8백50원까지 떨어지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반면 전체 응답중 최고·최저치를 제외한 평균수준은 1백엔당 8백10엔대로 나타나 엔화가 현상태를 유지할 경우 우리 제품의 수출경쟁력 회복에 기대만큼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장단기 금리 전망 및 적정 경제성장률=현재 11.5% 전후에서 하락 기미를 보이고 있는 금리(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 기준)가 단기적으로 올 연말까지는 11%안팎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응답자중 7명이 올해 연말 금리를 11%로 내다봤으며 8명은 금리가 하향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 일부 응답자는 연말 경기회복이 자금수요를 증대시키면서 일시적으로 금리가 12%대까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또 전체의 35%는 내년중 금리가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금융시장 개방에 따라 장기적으로 금리가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데 거의 모든 응답자가 공감했다. 한편 현 시점에서 우리 경제성장률의 적정수준은 지난해의 7·2%보다 다소 낮은 6∼7%라는 의견이 전체의 70%를 차지, 대다수 전문가들이 지나친 고성장에 따른 거품현상을 경계하며 안정 성장이 최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조사 방법=서울경제신문이 이번에실시한 설문조사는 국내 경기의 체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응답해준 전문가는 여야 각당 정책위의장(3명), 국책연구소 임원(3명), 민간경제연구소장(3명), 대기업 임원(3명), 중소기업 임원(3명), 소비자단체 대표(2명), 금융계 임원(3명) 등 모두 20명이다.<정리=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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