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밤 재배 40년 "이젠 기술전수 전념"

식목일 철탑산업훈장 받는 이건훈씨

40년 동안이나 밤 재배 외길을 걸어온 이건훈씨는 이를 통해 연간 6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40년을 밤 재배의 외길을 걸어온 이건훈(63ㆍ사진)씨. 이씨는 스무살의 나이에 밤 재배와 상품화에 뜻을 세운 뒤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밤에 인생을 바친 것이다. 논 한평, 밭 한떼기도 없었던 이씨는 지난 60년대 초 정부의 산지개발정책을 기회로 산을 개발, 밤을 재배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판단해 63년 충남 부여군 구룡면 소재 임야 70㏊를 임대해 처음 밤 재배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씨는 본격적으로 밤을 수확하기도 전인 70년 밤나무혹벌 피해를 당하고 말았다. 정성 들여 심고 가꾼 밤나무를 모두 베어내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젊음을 바쳐 심고 가꾼 소중한 나무들이 한순간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베어낸 자리에 다시 밤나무 묘목을 심었다. 이전과 다른 품종의 밤나무를 심었고 마침내 70년대 후반 이후 수확까지 얻는 기쁨을 얻었다. 이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84년 그간 쌓은 밤나무 재배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여군 충화면 오덕리에 새롭게 밤나무 단지를 조성했다. 이번에는 임야 70㏊를 매입해 자신 소유의 산에 밤나무를 심고 가꾸기 시작했다. 이 산에 병충해에 강한 신품종 자봉 등 5개 품종 2만8,000그루의 밤나무 묘목을 심었다. 그는 밤나무 조림지의 작업능률화를 위해 작업로를 70㎞까지 만들고 전지ㆍ전정과 간벌ㆍ시비ㆍ해충방제를 매년 실시하는 등 과학영농을 도입했다. 이 같은 땀과 정성의 결과로 그는 ㏊당 5톤이라는 전국 최다 밤 수확기록을 세웠다. 또 연간 6억원의 소득도 올렸다. 이씨는 밤 생산과 함께 유통선진화 필요성을 인식, 84년 부여 지역 밤농가 216가구를 모아 부여밤영농조합을 설립했다. 당시 그는 부여밤영농조합의 밤 명품화를 위해 ‘다람쥐 밤’이라는 상표까지 등록하며 자체 포장 브랜드로 밤 판매에 나섰다. 부여밤영농조합은 85년부터 뉴욕과 LA에 생밤 수출에도 나섰으며 93년에는 생밤 수출물량이 450톤에 달하기도 했다. 그는 생밤뿐만 아니라 깐밤 상품화가 본격화되면서 밤을 까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보고 90년에는 국내 최초로 밤외피 박피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요즈음에도 밤 재배 및 생산, 판매와 관련한 첨단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씨는 또 환경친화적인 밤 생산에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2003년에는 미국 농무성 FDA에 부여밤의 잔류농약과 중금속의 측정 및 성분검사를 의뢰, 부여밤의 품질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는 최근 들어 밤 재배농가에 대한 기술교육에도 많은 시간을 내고 있다. 본인의 밤 재배지를 재배농가 및 연구자 교육의 장으로 개방해 연간 2,500여명이 현장경험기술과 이론을 전수받도록 하고 있다. 이씨의 밤에 대한 열정은 아들이 이어받고 있다. 둘째 아들 이징규(30)씨가 군 제대 후 대학졸업장을 포기하고 밤 가공사업 분야에 자신의 젊음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올해 이 같은 공로로 식목의 날에 정부로부터 철탑산업훈장을 수여한 이건훈씨는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한 공동 나무심기 행사에 참석하고 3일 돌아왔다”며 “나무는 우리의 귀중한 자산이며 후손들이 경제적으로 풍요하게 살아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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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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