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급한 불' 추경편성 시기도 장담못해

일자리창출·中企지원등 이전투구에 밀려나<br>"17대국회도 말로만 민생정치" 실망감 더해

‘식물국회’로 민생 법안들이 잠을 자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참신성을 내세운 17대 국회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경기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나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 공전에 따른 정책집행의 파행이 가져오는 문제점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총선이 끝난 직후 열린 간부회의(4월22일)에서 “6월까지 마련할 계획인 토지규제개혁 로드맵을 제외한 재경부 소관 법령들을 4월 중 정비한 뒤 5월 입법예고를 거쳐 6월에는 국회에 상정하라”고 지시했다. 이후에도 경제장관간담회 등이 열릴 때마다 정책의 집행속도를 높여달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여대야소에 대한 기대감 섞인 어조도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렀다. 사안마다 정부와 부처간 이견이 이어지고 심지어 청와대와도 정책의 균열이 생기면서 불확실성만 증폭돼왔다. 최근에는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쳤다. 국회의 공전 사태는 ‘불확실성’에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회는 상임위원장단 선출의 법정시한(6월7일)을 14일이나 넘긴 채 공전하면서 핵심정책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이라크 파병과 인질사태 등 정치적 긴급현안은 차치하고 고용문제 등 민생과 직결된 법안들이 줄줄이 휴면상태에 빠져 있다. 법제처가 만든 ‘2004년도 정부입법 수정계획 월별 현황’에 따르면 6월까지 국회에 계류 중인 게 74개, 7월 계류 예정인 게 43개 등 앞으로 한달 안에 처리돼야 할 법안들이 117개에 이른다. 이중 재경부 등 경제부처의 입법계획만 60여개 가량으로 집계되고 있다. 서민생활 안정,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지원 등 경제현안과 관련된 법안들이 대거 계류상태다. 고용창출형 창업기업에 대해 5년 동안 고용증가율에 비례해 50~100%씩 세액을 감면해주도록 한 ‘조세특례제한법’, 관세의 월별 일괄납부 시기를 바꾸는 ‘관세법 개정안’, 재래시장의 시설 현대화를 위한 지원 근거를 담은 ‘중소기업의 구조개선과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기금의 주식ㆍ부동산 투자금지 규정을 삭제한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등 굵직굵직한 법안들이 국회의 이전투구에 밀려나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연금 급여수준과 보험료율 조정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사모펀드와 관련한 간접투자자산운용법 개정안, 동북아허브 구상의 골자 중 하나인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설립 특별법 등도 한꺼번에 뒤로 밀려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코앞에 닥친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시기를 맞출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2조원대의 추경을 포함해 4조5,000억원 규모의 재정지출 확대방안을 마련했지만 예결위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집행시기를 장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 전반의 당면한 이슈들이 복합적이며 국민적 합의가 절실한 사안들”이라며 “이를 조율하고 결정해야 할 국회가 장기공전에 빠질 경우 경기부진은 더욱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현상경기자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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