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한국 정치도 '이종교배'를

요즈음 이종격투기 열풍이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전통 민속 씨름의 천하장사도, 일본 스모의 최고봉인 요코즈나도, 러시아의 삼보 선수도, 미국의 권투선수도 이종격투기로 전업해 명성을 날리고 있다. 혹자는 그 폭력성을 이유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층에 인기가 많다. 21세기 문명사회에서 다소 야만적이기도 한 이종격투기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종격투기는 말 그대로 격투기의 이종교배에 의해 나타나는 새로움과 차별화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고 그것이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화하는 경향이다. 예를 들면 김치피자와 같이 동서양의 음식이 혼합된 퓨전(fusion) 요리, 승합차와 승용차의 통합형인 RV형 자동차, 가요와 랩의 만남 등 이종교배, 퓨전 현상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고 깊숙이 침투해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가히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변화하는 세상에 살아남기 위한 당연한 시대적 요구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정치도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한 이종교배, 퓨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 산업화 세력이든 전통 민주 세력이든, 고시 출신이든 운동권 출신이든, 호남 인맥이든 영남 인맥이든, 민노당이든 한나라당이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정치, 국민들이 기쁘게 참여하는 정치, 대화와 타협이 살아 숨쉬는 정치를 위해 벽을 허물고 열린 마음, 열린 자세로 광장에 나와야 한다. 최근 야당의 운동권 출신 386 한 젊은 의원이 당의 노선과 다른 주장을 했다고 해서 당내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언론의 기사와 칼럼을 보면서 살풍경한 우리의 정치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시대가 바뀌고 정치 환경이 바뀌면 정치문화도, 정치인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퓨전 문화 시대의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지 않고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엘리트주의ㆍ권위주의에 젖어 아집과 독선을 버리지 못한다면 정치개혁은 요원하고 끝내 3류 정치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여당의 지도부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계보 정치라는 비난은 피해야 할 것이다. 학연ㆍ지연 등에 의한 형ㆍ아우 관계도 좋지만 그것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의 폐쇄적인 ‘군법당(군출신ㆍ법대출신당)’ 전철을 잊어서는 안된다. 여야 모두가 통합의 정치, 퓨전의 정치를 펼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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