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아쉬운 마무리

대마 공격에 집착하다가



프로는 언제나 대마를 노린다. 대마불사라는 격언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노린다. 프로의 실전보는 대마를 노리는 야망의 불꽃으로 수놓아져야 제맛이 난다. 대마를 노리는 꿈이 남아있는 한 현재의 빈곤은 문제가 아니다.

이창호의 흑1은 대마의 공격을 엿본 수. 그가 기대하는 것은 백이 겁을 먹고 참고도1의 백1 이하 백10으로 대마 연결을 서두르는 것이다. 백이 정말 이 코스로 가준다면 흑은 11로 중원에 큼직한 집을 마련하여 대만족이다. 그 속셈을 강동윤은 즉시 간파하고 실전의 백2로 여유있게 벗어났다.


흑3은 다목적의 좋은 수. 하변의 흑진을 넓히면서 좌변 백진이 부푸는 것을 예방하고 동시에 상변쪽 백대마에 대한 공격을 여전히 노리고 있다. 백4는 대마의 안전을 돌본 수. 백12는 맛좋은 끝내기. 여기서 이창호는 흑15로 다시 백대마 공격의 불씨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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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백대마가 확실하게 산 모습이 아닙니다. 어떤 식으로든 한 수 손을 써야 합니다.”(홍민표)

강동윤은 5분을 생각하고 백16으로 간접 보강을 했다. 백대마가 우변쪽으로 살아가지 못하게 되면 좌변쪽으로 연결할 작정이다. 여기서 이창호는 흑17로 백의 약점을 찔러갔는데 이 수가 문제였다. 흑이 기대한 것은 백이 참고도2의 백1로 막아주는 코스. 그때는 흑2 이하 8로 백대마를 덮칠 수 있다. 그러나 강동윤이 실전보의 백18 이하 24로 좌변쪽을 지켜버리자 공격의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게 될 바에는 흑17로는 차라리 참고도2의 A자리에 그냥 쳐들어가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이창호가 대마 공격에 집착하다가 끝내기에서 손실을 보고 말았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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