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화제의 책] 루이스 멈포드 지음 「예술과 기술」

요즘 「신지식인」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초대형 SF영화 제작에 도전한 개그맨, 프랑스요리를 잘 만들어 특1급호텔 이사가 된 고졸출신 조리사 등 기존의 제도권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꾸준한 기술개발로 자기 분야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그러나 아이러닉하게도 대학교수 등 제도권 지식인들은 「인문학의 위기」니 「지식공황」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먹인다.루이스 멈포드가 쓴 「예술과 기술」(민음사 펴냄)은 실용적인 지식, 기술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우리의 사회풍토에 시사점을 던져주는 책이다. 그는 사회 진보와 자유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던 기계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인간 소외와 예술의 타락을 가져왔다고 비판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인은 기술문명에는 초인이면서 도덕에는 악마요 미에는 백치다』 멈포드는 「주관적인 예술」과 「객관적인 기술」을 인간 내면에서부터 대립하는 두 충동으로 바라본다. 즉 인간적인 것과 기계적인 것의 조화와 균형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현대문명은 과도하게 기계중심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기술문명은 인간에게 하나의 폭력이 되었다. 결과는 어떠한가. 인간은 정서적으로 불감증에 걸렸고, 욕망은 위축되고, 수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예술 역시 기술에 굴복해 타락하고 말았다. 현대 예술은 「좀더 빨리, 좀더 시끄럽게, 좀더 공허하게」라는 특성을 보인다. 17세기 런던만 하더라도 하인을 뽑을 때도 가족음악회에 한몫 낄 수 있는 사람을 뽑았건만 현대인은 수동적으로 대중문화를 받아들일 뿐이다. 멈포드는 여기서 예술과 기술, 상징과 기능, 인간적인 것과 기계적인 것의 균형을 촉구한다. 물론 이 책은 1951년에 쓰여졌다는 결정적인 한계를 갖는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예술관에 얽매여 기술발달 덕분에 그동안 소수만이 향유하던 문화를 대중도 함께 즐기고 있는 현실을 놓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지금, 「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멈포드의 물음은 여전히 시의적절하다. 그는 문명 전체에 대해 이대로 가다간 「기계의 인간화」가 아닌 「인간성의 기계화」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정치·경제·사회·역사에 대한 총체적인 조망과 인간성을 연구하는 학문은 등한시한 채 당장 돈이 되는 기술지식만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도 따끔한 일침이 될 것이다.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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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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