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고용」평생직장 요구는 무리/직무중시인사제 정착 선결요건/박훤구 노동연원장 지적지난 3월 노동법개정 때 2년간 유예키로 했던 정리해고제의 조기시행이 사실상 불가피해짐에 따라 노동이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4일 한국노동연구원 박훤구 원장은 『더이상 정리해고라는 틀에 얽매여 노사간 값비싼 소모전을 치를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이제는 직장을 옮기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국측이 우리나라에 대해 요구하고 있는 정리해고의 개념은 미국식의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에 따른 자유로운 직장이동을 수용하라는 요구라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히 시행이 유예된 정리해고제를 앞당기는 문제가 아니라 정리해고의 개념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 근로기준법 31조에 규정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사용자의 해고회피노력 ▲정당한 해고대상자 선정 ▲노조와의 사전협의 등 4개항의 정당한 해고사유를 그대로 둔채로는 정리해고의 실효를 거둘수 없기 때문에 이 조항의 완화나 삭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정리해고에 관한한 사용자는 어떠한 이유로든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해고자유의 원칙을 수용하고 있다. 미국 기업은 모든 종업원을 상시고용보다는 계약에 의한 임시직개념으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해고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데다 채용도 사용자측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고, 경영상 해고를 하더라도 경기가 호전되면 재고용을 보장하고 있다.
박원장은 『앞으로는 단순한 직장내에서의 고용안정이 아니라 전체 노동시장내에서의 고용안정, 즉 평생직업을 중시하는 고용관행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이제는 종신고용의 평생직장 개념을 과감히 떨쳐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장은 『직장이동이나 중도채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중도채용시 불이익이나 편견이 없도록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제도나 인사제도가 우리 기업에 폭넓게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적·기술적 능력이나 관리능력을 지니고 대기업에서 퇴직한 중고령근로자가 중소기업분야에 재취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고 고용창출을 위해 지식산업, 소프트웨어 및 정보산업 등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고를 「사회적 추방」으로 인식하는 우리의 고용관행상 미국식 정리해고가 근로자의 불안감을 높일 가능성이 있으나 이 문제로 노사가 대결을 벌여서는 한국경제의 위기탈출 및 산업의 구조조정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최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