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부터 재테크의 주요 수단으로 떠올랐던 주식형 적립식 펀드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수수료 인하로 가장 중요한 판매 창구였던 은행의 판매 실적이 크게 줄었고 투자자들 역시 펀드 세제 혜택이 잇달아 종료된 상황에서 가계 부채가 증가하면서 투자 여력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말 76조6,000억원까지 증가했던 적립식 펀드 판매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43조4,000억원으로 33조2,000억원(43.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공모형 펀드 중 적립식 펀드 비중 역시 2008년 33.8%에서 21.1%로 크게 축소됐다. 적립식 펀드는 거치식 펀드와 달리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고 분산투자의 효과도 거둘 수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주된 재테크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유형별로 주식형 적립식 펀드 판매는 감소한 반면 채권형과 혼합형 적립식 펀드 판매는 늘었다. 주식형 적립식 펀드 판매 잔액은 2008년 말 66조8,000억원이었지만 올해 6월 말에는 28조5,000억원으로 38조3,000억원(57.3%) 줄어든 반면 채권형은 같은 기간 7,000억원에서 4조6,000억원, 혼합형은 4조9,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으로 각각 3조9,000억원과 1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처럼 주식형 적립식 펀드 판매가 글로벌 금융위기 후 급감한 것은 펀드에 제공되던 세제혜택이 종료되고 이 시기와 겹쳐 주식 시장이 박스권을 형성하며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악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해외투자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이 적용된 2007년 이후 해외 적립식 펀드 판매는 25조3,000억원까지 늘었지만 2009년 세제 혜택이 종료되면서 감소세로 돌아서 올해 6월에는 7조9,000억원으로 70% 가까이 줄었다. 이에 따라 적립식 펀드 중 해외 펀드 비중도 2007년 36.5%에서 올해 18.3%로 반 토막이 났다.
아울러 적립식 펀드의 주요 판매 창구였던 은행이 펀드수수료 인하로 펀드 판매에 소극적으로 바뀌면서 적립식 펀드 판매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전체 적립식 펀드 판매 잔액 중 은행권의 판매 비중은 2007년 76.9%에 달했지만 2009년 펀드 판매수수료 상한이 연간 5%에서 연 2%로 인하된 후 감소세로 바뀌어 올해 6월에는 66.1%까지 줄었다. 반면 증권사의 판매 비중은 같은 기간 22.3%에서 32.7%로 10.4%포인트 늘었다.
금융투자협회는 앞으로 연금시장이 활성화되고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 등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이 부활하면 적립식 펀드 규모도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임병익 금융투자협회 조사연구실장은 "그동안 적립식 펀드가 판매 부진을 겪었지만 내년 비과세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되면 적립식 펀드가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